"관객을 잡아라"… 오페라 중계하는 할리우드 영화관
극장은 변시중
업계 부진속 멀티플렉스 '사업 다각화'
야구경기·콘서트 상영으로 수입 짭짤

영화관에서 영화만 본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극장의 변신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미국에서는 수백 개의 스크린에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동시 생중계하고, 한국에서는 객석에 앉아 초대형 스크린으로 컴퓨터 게임을 즐긴다. 다른 엔터테인먼트를 찾아 떠난 관객의 발길을 다시 영화관으로 돌리려는 전 세계 극장들의 노력이 필사적이다.


지난 3일 오후 2시 미국 LA 북쪽 버뱅크 시의 16개 상영관을 갖춘 멀티플렉스 영화관 'AMC'. 브루스 윌리스, 로빈 윌리엄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성룡 등 유명 영화배우들의 얼굴 사진이 UN 앞마당 세계 깃발처럼 영화관 외벽에 걸려 있었다.

▲ 오페라 '라 보엠’

매표 창구에는 관객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 극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표는 '21'이나 '수퍼 히어로 무비' 같은 현재 상영 영화가 아니다. 뜻밖에도 이틀 뒤인 5일 오전 10시30분 이 극장에서 HD 화질로 선보이는 오페라 '라 보엠'의 생중계 티켓이다. 실제 공연은 이 극장에서 4500㎞ 떨어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오후 1시30분(뉴욕 시각) 열렸다.

한 30대 여성이 매표 상황을 묻자 창구 직원은 "150석 중 45석만 남아 있다. 빨리 예약하지 않으면 매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극장 직원 타치아나는 "세계 최고 명성의 메트 오페라를 뉴욕 공연 입장료 3분의 1 이하인 22달러에 HD화질과 서라운드 음향으로 감상할 수 있어서 공연 때마다 매진"이라고 말했다.

극장측은 광고 포스터도 없이 다른 영화 상영 직전 안내 광고만 하고 있지만, 관객이 몰리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부진을 타개하려는 사업 다각화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 로스엔젤레스 북쪽 버뱅크 'AMC 16' 극장 앞에서 오 페라 중계 표를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관객들.

미국영화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영화관의 박스오피스(입장료) 수입은 2002년 92억7000만달러를 기록했으나 2005년엔 83억3000만 달러로 줄었다. 입장료 수입은 2007년 96억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억 달러가량 늘었으나, 같은 해 관객수는 14억 명을 기록, 2002년(15억9900만 명)보다 크게 줄었다.

할리우드 영화제작업체 '룸 101'의 스티븐 슈나이더(Schneider) 대표는 "박스 오피스 매출이 늘어난 것은 관객 증가보다는 입장료가 올랐기 때문"이라며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할리우드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할리우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영화관의 변신이다. TV 화면이 훨씬 커진 홈시어터와 VOD(주문형 비디오)의 인기, 해적판 출시 등으로 관객이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관들은 요즘 야구경기, 록 콘서트, TV 리얼리티 쇼,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의 오페라 공연을 저렴한 입장료로 생중계 또는 녹화중계한다.

by 100명 2008. 4. 16.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