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홍길동’필름 41년 만에 찾아

기사입력 2008-04-16 02:13 |최종수정2008-04-16 02:32
[중앙일보 이후남] 한국 최초의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홍길동’(1967년·감독 신동헌·사진)의 필름이 40여 년 만에 발굴됐다. 67년 개봉 당시 66분짜리 컬러로 만들어진 ‘홍길동’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3분짜리 예고편과 5분 분량의 일부 흑백영상만 발견됐을 뿐 전체 필름은 찾지 못했다.

이번에 발굴된 필름은 일본의 한 소장가가 갖고 있던 것으로 일본어 더빙이 곁들여진 16㎜ 복사본이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조선희)은 올 초 애니메이션 전문가 김준양씨의 제보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 필름을 35㎜로 확대한 뒤 자료원에 보관 중이던 한국어 사운드까지 덧입혔다.

자료원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길동’의 일부 영상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신동헌(81) 감독은 “잃었던 자식을 41년 만에 다시 찾은 기분”이라며 “제작 당시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국내 최초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긍지로 막판에는 아예 잠을 자지 않고 일했다”고 말했다.

‘홍길동’은 당시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한 CF가 인기를 끌자 극장용 장편을 만들어 보자는 세기상사의 제안으로 기획됐다. 신 감독의 동생이자 만화가인 신동우(작고)씨가 연재하던 만화 ‘풍운아 홍길동’이 바탕이 됐다.

‘홍길동’에 등장하는 꼬마 ‘차돌바위’는 신동우씨가 창작한 캐릭터다. 신동헌 감독은 “‘홍길동전’의 원작자 허균의 주제의식도 제대로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화면에는 수련 중인 홍길동이 호랑이 새끼를 구해내 어미의 감사를 받는 장면, 해골들이 경음악으로 편곡된 ‘아리랑’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 등이 눈길을 끌었다. ‘홍길동’은 다음달 9일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리는 자료원 개관기념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by 100명 2008. 4. 16.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