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 400만 동원에도 왜 크게 웃지 못할까?

기사입력 2008-07-15 09:57
[JES 김범석] 강우석 감독의 야심작 '강철중'이 지난주 400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력을 선보였다.

명불허전이란 말을 입증한 감독의 노련한 연출과 주연 배우들의 열연, 여기에 똘똘 뭉친 악(惡)이 선(善)을 이기지 못한다는 통쾌한 메시지가 인기 뇌관으로 작용했다. 흥행 속도도 빨랐다. '강철중'은 개봉 25일 만에 400만 관객을 빨아들여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단 기간 400만 고지를 밟았다. '추격자'의 31일 기록을 앞당겼고, '쿵푸팬더', '인디아나존스'에도 앞섰다.

그런데 강우석 감독의 표정이 밝지 않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축하한다"고 하지만 충무로 사정에 밝은 이들은 선뜻 이런 말을 못 건네고 있다. 손익분기점 220만 명을 일찌감치 초과 달성한 감독이 왜 크게 웃지 못하는 걸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높은 기대치가 낳은 상대적인 박탈감이다.

'강철중'은 개봉 첫주 14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형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강우석 감독은 물론이고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도 최소 500만, 최대 800~900만짜리 영화로 점쳤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 점유율이 하강곡선을 그렸다. 기대했던 중·고교생 관람객이 급증하지 않았던 탓이다. 휴가철과 '적벽대전' '핸콕'도 관객을 분산시킨 원인 중 하나였다.

또 충무로 토종 자본의 대표주자인 시네마서비스의 수장 강우석 감독 입장에선 '강철중'이 지금보다 더 터져야 새 판을 짤 수 있다는 부분이 있다. 40명에서 6명으로 쪼그라든 시네마서비스를 재정립하기엔 '강철중'의 400만 돌파는 양에 차지 않는다. 하반기 개봉을 앞둔 '신기전' '모던보이'의 리스크도 강우석 감독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강우석 감독은 최근 지인들에게 "기대 반, 속상함 반"이라며 편치 않은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예전 같으면 600만 정도 동원했을 텐데 관객들이 예전 같지 않다"며 "시장 상황을 모르는 사람한테는 축하를 받지만 잘 아는 사람들에겐 '속상하겠다'는 격려를 듣는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강철중'을 상영했던 개봉관을 17일부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게 상당 부분 양보해야 하는 운명도 강우석 감독으로 하여금 쓴 웃음을 짓게 한다. 강우석 감독의 한 측근은 "'강철중' 관련 기사가 결산 기사처럼 나오는 것도 강우석 감독을 서운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by 100명 2008. 7. 15. 1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