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객은 '두 번 속지 않는다'

기사입력 2008-04-10 15:12


[OSEN=손남원 기자]'한 번 속지 두 번 속을까.' 국내의 영화 관객들이 입장권 한 표 한 표 행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생돈 8000원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나름대로의 생존 전략이다.

최근 2년동안 짧은 기획과 스타 및 노이즈 마케팅으로 한 몫 챙기려던 영화들은 대부분 참패를 면치 못했다. 관객들이 극장에서 챙겨봐야할 작품을 고르는 데 그만큼 철저히 선별했기 때문. 제작비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알찬 속내를 갖춘 작품들만이 인정을 받는 추세다.

이같은 세태에 대해 아이비픽쳐스의 이형승 대표는 "관객들이 오로지 흥행에만 목적을 둔 기획영화를 외면하는 현상은 한국영화계에 바람직하다"며 "함량 미달의 기획영화들에 실망해서 한국영화를 외면했던 관객들이 다시 돌아올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해들어 400만 관객 이상을 돌파한 국내 개봉영화는 단 두 편뿐. 연초 개봉한 '우리들의 행복한 순간'과 2월 설 연휴 직후에 막을 올린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다. 두 영화는 순 제작비 30억원 이상씩을 들여 흥행 타겟을 넓혔고, 작품 완성도와 극적인 재미를 골고루 높인 덕분에 관객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나머지 영화의 대다수는 평년 수준 이하의 관객 동원과 수익율에 허덕이고 있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설 연휴가 끼었고, '점퍼' '꿀벌대소동' '10,000BC'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외화들도 다수 개봉한 사실을 감안할 때 '영화계 위기설'을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영화사(제작사와 수입사, 홍보사)와 언론의 노이즈 마케팅 이나 현학적 보도 등에 현혹되지 않고 자기 눈 높이에 맞춰 볼거리를 찾는 관객들이 늘어난 사실이 한 몫을 단단히 했다.

'10,000BC'나 '클로버 필드' 등 온갖 수식어와 비밀 전략을 동원한 할리우드 대작의 선전 공세에도 국내 관객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또 남 녀 톱스타를 기용해 지상파 TV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을 홍보성 출연으로 도배한 영화들 역시 고전을 면치못했다. 특히 판에 박힌 소재의 기획영화들은 철저히 관개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평일의 예매율 순위와 각종 포털의 네티즌 평점도 더이상 예전처럼 개봉 첫 주 관객 동원에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영화평론가들의 별점이 높은 영화들은 오히려 '난해한 영화 아닐까'라는 의문부호가 찍히는 역효과를 낳았다.

요즘 관객들이 영화 선택에 주로 참조하는 것은 믿을수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건네받는 입소문과 감독, 출연진, 제작사 등을 직접 분석하고 내린 결론 등이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선택한 영화를 지켜본 관객들의 만족도는 높아지게 되고 결국 한국영화에 대한 신뢰도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란 게 충무로 관계자들의 기대다.

지난 수년동안 겉포장만 요란한 영화들에 '속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던 한국 관객들의 자구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가 궁금하다.
by 100명 2008. 4. 10.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