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중인 데 밖에 있다고?" 못믿을 '자녀 위치확인' 서비스

기사입력 2008-04-07 09:51


이동통신사 "그럴 수 있는 일"…돈벌이 급급 지적

[CBS사회부 조기호 / 김세훈 기자] 어린이 실종 납치 사건이 잇따르자 각 이동통신사들은 발 빠르게 '자녀 위치 확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현재 위치를 엉뚱한 곳으로 알려주는 경우가 허다해 업체들이 부모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유료 서비스 개발에만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멀쩡히 학교에 있는 아이가 30분 거리의 장안교에 있다니…"

아동에 대한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자 지난 1일 안수경(38·여·가명)씨는 A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아이 위치 찾기' 서비스에 가입했다. 12살 난 딸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가입 첫날 휴대전화로 전송된 딸의 위치를 확인하고 안씨는 깜짝 놀랐다. 서울 중곡동 중곡초등학교에 있어야 할 딸이 학교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장안교 45m 지점'에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딸과 통화까지 되지 않자 안씨는 곧장 학교로 달려갔다. 다행히 딸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안씨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을 시간인데 장안교라고 하니 정말 놀랐다. 그곳은 학교에서도 30분 거리에 있는데다 우리 집에서 차를 타고 가도 10분은 걸리는 곳이다"라며 "아이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받지 않았다. 정신이 없었다. 무작정 학교로 달려갔다. 다행히 아이가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자 눈물이 날 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씨는 그 다음날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집 근처 스포츠센터에 딸을 내려준 지 10분도 채 안돼 없어진 지 오래된 '면목극장'에 딸이 있다는 메시지를 받은 것. 그래도 혹시나 부랴부랴 다시 수영장 안으로 들어가 딸의 얼굴을 확인한 안씨는 분통이 터졌다. 그 뒤로도 비슷한 문자메시지가 계속 들어오자 안씨는 가입 해지를 고려하고 있다.

▶ 이통사측 "그럴 수 있는 일" "정확한 위치 확인 원하면 가입 하면 안 돼"

이에 대해 해당 통신업체 측은 기지국 수와 기지국 간 전파의 세기에 따라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자녀 위치 찾기' 서비스는 위성 추적 시스템이 아니라 기지국 간 전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기지국 사이 전파 세기로 위치 파악에 오류가 발생하는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B통신업체도 "기지국에 따라 (위치 확인이) 약간씩 달라질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자녀가 서울 역삼동에 있지 않지만 역삼동 기지국 전파를 받아 역삼동에 있다고 나올 수도 있다"고 서비스에 한계가 있음을 시인했다. 나아가 "100% 정확한 위치 확인을 원하면 가입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정확하다고 말했다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며 한발 빼는 모습도 보였다.

▶ 안전지역에서 최대 5㎞ 벗어나야 위험 경고?

자녀들의 위치를 수시로 확인해주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안전지역을 벗어날 때 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준다는 서비스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높다.

이는 이른바 '안심지역 이탈' 서비스로 통칭되는데 '안전한 곳'으로 정해놓은 장소에서 자녀가 이탈할 때 휴대전화를 통해 부모들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자녀들은 하루 대부분을 학교에서 지내기 때문에 학교를 '안심지역'으로 정해놓고 이곳에서 조금 떨어지게 되면 경고 메시지가 전송된다.

그런데 이동통신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안심지역'으로부터 최소 2㎞에서 최대 5㎞는 벗어나야 위험하다는 메시지가 전송되는 실정이다. 이는 기지국 수와 그에 따른 전파의 한계 때문이라는 게 통신업체 측의 설명이다.

건설교통부령(현 국토해양부) '도시 계획 시설의 결정 구조 및 설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학할 수 있도록 다른 공공시설(도로 등)의 이용 관계를 고려하여 통학 거리는 1㎞ 이내로 하도록' 돼 있다.

현실적으로 초등학생 상당수가 학교로부터 반경 2~3㎞ 내외에서 통학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애당초 '안심지역 이탈' 서비스는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자녀가 학교로부터 5㎞ 내에서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경고 메시지가 들어오지 않으면 부모들은 '아무 일도 없는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자녀 위치 찾기' 서비스는? 유료

문제는 각 통신업체마다 요금 차이는 있지만 '자녀 위치 찾기' 서비스는 모두 유료다. A통신사는 특정 요금제에 가입해야 '위치 찾기'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B통신사는 아예 한 달에 1만2천5백원을 서비스 요금으로 책정했다. C통신사 역시 매달 1만3천5백원을 내야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한 심리에 편승해 이동통신사들은 돈벌이에만 급급한 나머지 불안정하거나 실효성이 별로 없는 서비스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는 불만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by 100명 2008. 4. 7.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