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 "게임 타고 한국 넘본다"


게임이 일본 문화의 한국 진출을 위한 새로운 경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본 문화는 기존에는 음악과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통해 주로 국내로 들어왔지만, 게임산업이 최대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공략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국내 게임산업은 지난 2002년 3조4천억원에서 2006년 7조4천억원으로 2배 이상 커졌으며, 수출 역시 1억4천만달러에서 6억7천만달러로 4배 이상 커지는 등 영화와 음악 등을 제치고 최대 콘텐츠 산업으로 발돋움했다.

일본 업체들이 국내 게임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추세에 따른 것으로,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온라인게임 강국'이라는 자존심에 안주하다가는 그동안의 성과와 시장의 미래를 고스란히 일본에 넘겨주는 것 아니냐는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 日게임 속속 한국 진출 = NHN[035420]의 게임포털 한게임은 최근 일본 굴지의게임업체인 캡콤이 개발한 인기 액션 온라인게임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의 국내 유통을 발표했다.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의 원작인 비디오게임 `몬스터헌터' 시리즈는 2004년 발매된 뒤 전세계 630만장 이상 판매되며 큰 인기를 끌었으며, 각종 게임 시상식에서도 최고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까지 검증받았다.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은 이미 일본에서 서비스되며 꾸준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오는 3분기께 상용화가 예상될 정도로 이미 검증된 타이틀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평이다.

NHN에 앞서 CJ인터넷[037150] 역시 다수의 일본 게임을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CJ인터넷은 지난해 일본의 세계적 게임업체 반다이남코그룹과 한국의 소프트맥스[052190]가 개발한 `SD건담 캡슐파이터'의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드래곤볼 온라인'을 올해 중 서비스할 예정이다. 또한 코에이와 함께 `진삼국무쌍 온라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 콘솔게임은 이미 초강세 = 가정용 비디오게임기와 휴대용게임기 등 콘솔게임시장에서는 이미 일본 기업이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콘솔게임시장 최대 이슈는 닌텐도의 휴대용게임기 닌텐도DS의 100만대 판매 돌파였다. 출시된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100만대가 판매된 것은 국내 콘솔게임 시장에서는 처음이자 획기적인 기록이었다.

이 같은 기록은 국내 콘솔게임 이용자층을 기존 10~20대 남성 위주에서 여성ㆍ아동층까지 확대시키는 등 시장의 지형을 바꾼 결과로 평가받았다.

닌텐도는 여세를 몰아 이달중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위'의 출시를 정식 발표할 예정이다. 닌텐도는 지난해 150억원 상당의 마케팅비를 쓴 데 이어 올해는 350억원대의 자금을 투입해 국내시장에서의 입지를 완전히 굳힐 태세다.

더불어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국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한 소니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가 기존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어 올해 역시 일본 업체의 초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 게임 이어 자본도 동반 진출 = 일본 게임의 국내 진출과 함께 국내시장 직접 진출을 위한 일본 자본 진출 또한 활발히 진행중이다.

최근 국내 유수의 게임개발사인 그라비티는 일본 `인터넷황제'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계열 투자회사 EZER에서 동생인 손태장 회장의 게임업체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이하 겅호)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이로써 겅호는 일본시장에서의 성장 원동력이었던 `라그나로크'의 개발사 그라비티를 완전히 흡수했으며, 그라비티는 겅호의 계열사로서 향후 겅호의 온라인게임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2000년 초반부터 국내에 소프트뱅크 코리아(SBK)와 SBCK,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자회사를 세워 게임을 중심으로 한 유망 IT업체에 수천억원을 투자하며 한국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국내 대표적 업체인 엔씨소프트[036570]와 CJ인터넷이 2000년대 초부터 소프트뱅크와 합작 법인을 설립해 일본 시장에 진출한 것도 소프트뱅크의 영향력을 가늠할수 있는 좋은 예다.

이밖에 또다른 대표적 국내 업체 넥슨이 일본 시장 상장을 추진중으로, 향후 국내시장에 대한 일본 자금의 영향력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 탄탄한 문화 저변이 무기 = 일본 문화가 기존의 음악과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 이어 게임에서까지 이처럼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탄탄한 문화 저변의힘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양한 장르에 걸쳐 축적한 콘텐츠가 급변하는 시장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것.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게임이 제작되고, 음악이 게임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 등이 의미있는 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저력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일본 문화의 시장 공략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아직은 국내 업체가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콘텐츠 산업인 게임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문화 저변의 강화가 필수적일 것으로 지적했다.

가깝게는 기획력을 제고하고 다방면의 인력을 확보하며, 장기적으로는 고유의 문화자산을 발굴하고 창조하는 작업을 추진해야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아울러 정부 차원의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 확대 역시 뒷받침돼야할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업체의 기술력이 세계 정상급이지만 근본 토대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일 뿐"이라며 "미래 콘텐츠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문화 저변에 대한 적극적인 개발과 투자가 진행돼야한다"고강조했다.

by 100명 2008. 4. 6.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