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진단⑤]한국의 기술 스태프, 할리우드 진출 교두보 마련
입력 : 2008-04-04 11:18:00
▲ 할리우드 영화 '베오울프'에서 안젤리나 졸리 3D 모습은 한국 스태프인 정유진 감독에 의해 탄생됐다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전 세계 영화인들이 선망하는 할리우드. 최근 ‘스피드 레이서’의 비 ‘GI 조’의 이병헌,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의 전지현 등할리우드에 입성하는 한국 배우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배우들보다 먼저 할리우드에 진출해 탄탄하게 입지를 굳힌 한국인들이 있다. 바로 특수효과와 애니메이션 제작 분야에서두각을 보이고 있는한국인 스태프들이다.

지난해 안젤리나 졸리의 나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할리우드 영화 ‘베오울프’를 본 관객들은 실망(?)과 감탄을 동시에 했다. 실망한 이유는 안젤리나 졸리의 탄력 넘치는 몸매가 실제가 아닌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기 때문이고 감탄한 이유는 그 정교함이 실제와 흡사했기 때문이다.

안젤리나 졸리의 몸을 디지털로 만들어낸 사람은 한국인 정유진 감독이었다. 정 감독은 소니픽쳐스이미지웍스 소속으로 ‘폴라 익스프레스’와 ‘수퍼맨 리턴즈’ ‘배트맨 포에버’ 등의 특수효과를 담당했고 '베오울프'에서도 그 실력을 과시했다.

73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에서 역대 외화 흥행 1위를 차지한 '트랜스포머'에도 한국인 스태프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할리우드 최고의 시각효과 회사인 ILM 소속으로 참여한 홍재철 씨와 디지털 도메인의 서명철, 표명일 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세 명의 한국인 스태프들은 '트랜스포머'에서 각각 로봇의 관절 움직임과 혜성충돌 장면에 자신들의 손을 보탰다.

전 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거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도 한국인 스태프들의 이름이 눈에 띤다. 홍정승 씨는 ‘캐리비안 해적2: 망자의 함’에서 문어수염을 한 캐릭터 데비존스를 만들었고 ILM 소속의 박재욱씨는 ‘캐리비안의 해적3: 세상의 끝에서’의 테크니컬 디렉터로 활약했다.

홍정승 씨는 '반헬싱'의 뱀파이어 캐릭터를 시작으로 '마스크2' '트리플X2' '우주전쟁' '아일랜드' 등의 특수효과 스태프로 참여하며 능력을 인정받았고 박재욱 씨는 ‘킹콩’ ‘수퍼맨 리턴즈’ 등의 영화에서도 테크니컬 디렉터로 이름을 올렸다.

2006년 3월 개봉해 1억 달러가 넘는 북미흥행수입을 거뒀던 이십세기폭스사의 애니메니션 '아이스에이지2'에도 한국인 스태프 2명이 참여했다. ‘아이스에이지2’를 주도적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블루스카이 소속의 성지연 씨와 이문성씨는 각각 영화 속 조명과 동물들의 움직임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다.

이 밖에 같은 해 개봉했던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와일드’에도 국내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했던 김승혁 씨와 국내 잡지사 사진기자로 일하다 진로를 바꾼 윤부갑 씨가 한국인 스태프로 참여했다.

최근에는 한국인 스태프의 참여를 넘어서 국내회사가 할리우드 영화의 특수효과와 CG를 전담하는 경우도 생겼다. 5월 개봉을 앞둔 롭 민코프 감독의 ‘포비든 킹덤’은 국내 특수효과 스튜디오인 매크로그래프가 영화의 CG 작업을 총괄했다.

매크로그래프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디지털 액터팀을 이끌던 이인호 팀장이 독립해 만든 회사로 2006년 개봉한 영화 ‘중천’의 CG를 담당한 멤버들이 주축이다.
by 100명 2008. 4. 4.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