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진단①] 할리우드, 한국을 탐하다
- '텔미섬딩'에서 '추격자'까지...최대시장 美, 한국영화에 눈독, 왜?

▲ 각각 100만 달러에 리메이크 판권이 판매된 영화 '세븐데이즈'와 '추격자'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세계 영화시장을 주도하는 할리우드가 점차 한국영화와 그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할리우드에서 한국 영화의 판권을 사가는 일이 다반사가 된 현실에서도 알 수 있다.

할리우드는 소재 고갈에 허덕이며 지역 밖에서 참신한 소재들을 구해오는 과정에서 몇 해 전부터 한국영화에 본격적으로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한국영화는 지난 1999년 ‘텔미섬딩’을 시작으로 할리우드와 리메이크 판권에 대한 대형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이후 ‘조폭마누라’를 비롯해 ‘달마야 놀자’, ‘시월애’, ‘엽기적인 그녀’, ‘가문의 영광’, ‘광복절 특사’ 등의 리메이크 판권이 연달아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에 판매됐다.

또 '중독‘, ‘거울 속으로’, ‘장화, 홍련’ 등 공포물들과 ‘올드보이’, ‘괴물’ 등 화제작 등 약 20여 편이 넘는 한국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이 적게는 30만 달러에서 많게는 100만 달러에 할리우드로 팔려갔다.

이중 이정재 전지현 주연의 ‘시월애’는 2006년 키아누 리브스, 산드라 블록 주연의 ‘레이크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개봉됐고 이미연 이병헌 주연의 ‘중독’도 ‘포제션’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3월 말 개봉됐다. 또 ‘거울속으로’, ‘장화, 홍련’, ‘엽기적인 그녀’의 리메이크작들이 올해 미국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친절한 금자씨’의 리메이크작에 영화 ‘몬스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을 맡아 제작에 들어갈 계획이고 ‘비열한 거리’는 탤런트 김민의 남편이자 영화감독인 이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외의 작품들은 판권이 판매된 지 수 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 제작이 불투명한 경우가 많이 있다. 최근 스릴러 영화 ‘세븐데이즈’와 ‘추격자’까지 해마다 많은 작품들이 더 높은 가격에 할리우드에 판매되고는 있지만 이들 중 실제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된 것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화계 일각에서는 리메이크 판권 판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지금까지의 많은 한국 영화들이 할리우드로서는 헐값이라고 할 수 있는 10억원 이하로 판매돼왔기 때문이다.

영화 해외 마케팅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하는 것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 될 수는 있지만 마냥 낙관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를 발판으로 삼아 공동 제작이나 원작 수출 등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by 100명 2008. 4. 4. 2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