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스크린 수, 어떻게 나눌까

기사입력 2008-03-30 16:39


[OSEN=조경이 기자] 대형 멀티플렉스를 찾는 관객들이 늘 궁금해하는 의문 한 가지. 어느 영화는 4~6개 상영관에서 요란하게 상영중인데 어느 영화는 딱 1개관에서 틀고 있다. 또 어느 시점에 영화를 내리고 스크린은 언제 더 늘리는 지를 도대체 누가 판단할까?

이 모든 판단은 각 극장의 프로그래밍 팀이 담당하고 있다. 일명 '관 짜는' 사람들이다. 프로그래밍 팀에서는 개봉 예정인 영화들을 미리 보고 어떤 영화를 상영관에 걸 것인지 판단한다. 좋은 작품을 우선 고르고 관객들의 예매율을 살펴 어느 관(관객 수), 몇 개관(스크린 수)에 상영할지 결정하는 게 주 임무다.

프로그래밍 팀은 극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구실을 한다. 그들의 판단이 극장의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 많은 관객들이 들 것이라고 예상해 가장 큰 관에 5-6개 이상 관을 잡았지만 관객이 예상만큼 들지 않았다면 텅 빈 공간만큼 손실을 가져오는 것이다. 또한 그 반대로 그들의 예상대로 관객이 든다면 이는 손실을 최소화 시키며 극장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영화)관은 어떻게 짜는 거죠?

메가박스 프로그래밍 팀의 장경익 팀장은 “보통 영화의 개봉주기가 일주일이다”며 “일주일마다 한편씩 영화가 개봉되니까 거기에 맞춰서 좌석 수도 결정한다”고 밝혔다. “코엑스를 예를 들면, 코엑스가 총 4300석 되니까 처음에는 A라는 영화를 1000석 정도 배정했다가 한 주씩 지날 때마다 800석, 600석으로 줄여가며 관을 배정을 한다”고 통상적인 관 배정 방법에 대해 털어놨다.

관을 배정할 때 작품의 질이 첫째지만 마케팅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 자체만 보는 게 아니라 영화의 마케팅도 주요하게 본다”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티켓을 예매하기 때문에 첫 주의 영화 스코어에서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영화 ‘추격자’ 성공 예상했나?

올해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 ‘추격자 ’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될 영화인지 아닌 영화인지 판단할 수 있었을까? 지난 2월 14일 개봉한 ‘추격자’는 현재 359개의 상영관을 유지하며 450만 관객을 돌파하고 있다.

장 팀장은 “‘추격자’ 같은 경우는 ‘영화가 잘 나왔다’는 말이 있었지만 제목은 B급 영화 같고 마케팅이 좀 늦은 편이었다. 하지만 좋은 영화들은 항상 힘이 있다. 영화가 기존의 한국형 스릴러 같지 않게 잘 만들어져서 350만은 무난하게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밝혔다.

또한 보통 개봉 첫 주의 관객수가 전체 관객수의 비중에 50% 가까이 육박하기 때문에 개봉 첫 주가 지나면 점차 스크린 수를 줄여가지만 관객들의 호응이 좋고 잘 나온 영화는 스크린 수를 더 늘리거나 유지한다고 했다. ‘추격자’ 역시 좌석 수를 줄여가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유지하는 형태로 가자고 판단했다고.


또 CJ-CGV, 쇼박스-메가박스, 롯데-롯데시네마 등 메이저 배급사와 극장간에 ‘제 식구 챙기기’ 식 관행이 있는지 궁금했다. 장 팀장은 “극장은 결국에는 관객수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쇼박스라서 잘해주고 그런 것은 없다. 하지만 CJ와 쇼박스가 국내 1,2대 메이저 배급사라서 좋은 영화를 많이 확보하고 있고 더 많은 관을 확보할 기회가 더 있기는 하다”고 털어놨다.

불법다운로드는 범죄?!

극장의 관객수가 눈에 띄게 줄어 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개별 극장들의 관객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신규 멀티플렉스 체인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전국 관객수는 1억 5000만 명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코엑스점 같은 경우는 그나마 규모가 있고 시설이 좋아서 관객 감소율이 낮은 편이라고.

영화관에 관객이 이전만큼 들지 않는 한 요인으로 불법다운로드를 통한 영화보기도 크게 일조하고 있다. 장 팀장은 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었다. 불법다운로드는 단연코 범죄라는 것. 그는 “불법다운로드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지금 현재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불법다운로드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불법다운로드로 인해서 영화 산업이 붕괴되고 있고 부가 판권 시장은 완전히 죽었다”며 “불법다운로드가 범죄라는 인식이 없는데 이런 것들이 영화 산업 전체를 죽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에는 영화를 만드는 제반 여건이 흔들릴 수 밖에 없고 앞으로 좋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게 될 기회는 상실될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제대로 인식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물론 정책적으로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강력한 제도가 수반돼야 한다”며 “처음부터 불법다운로드가 나쁜 것이고 강력히 처벌을 받는 문제라고 한다면 누가 다운로드를 하겠느냐 정책이 갖춰줘야 근절될 수 있는 문제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영화 가격 올리면 어쩌죠?

관객들이 진짜 궁금한 것은 주중에 7000원 주말에 8000원 하는 영화 표 가격이 1만 원으로 오를까 하는 것이다. 당장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지만 추후에 물가상승률과 비례해서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장 팀장은 “생필품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극장요금은 제자리다”며 “스타들 몸값만 이야기하는데 몸값이 아니더라도 극장에서의 인건비와 임대료 등 기본적으로 극장에서 드는 고정 비용이 계속 오르고 있다. 고정 비용이 계속 올라도 관객들이 2004년도에 급속도로 늘어서 어느 정도 유지가 됐다. 하지만 관객수가 줄어들고 극장도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by 100명 2008. 3. 30. 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