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들 옛날영화 재개봉 러시

기사입력 2008-03-24 11:42


극장가에 재개봉 바람이 불고 있다. CGV, 씨너스, 스폰지하우스 등은 특별전 형식으로 이미 상영된 작품을 다시 편성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체인 CGV는 지난해 인기몰이를 했던 음악 영화 6편을 27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서울, 대전, 대구 등 전국 10개 CGV에서 재개봉한다. ‘CGV 뮤직 필름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선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0만 관객을 돌파한 ‘원스’를 필두로 ‘어거스트 러쉬’ ‘라비앙 로즈’ ‘카핑 베토벤’ ‘칼라스 포에버’ ‘말할 수 없는 비밀’ 등이 상영된다. 일반 가격보다 저렴한 5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장궈룽 사망 5주기를 맞아 그의 유작들도 대거 재상영된다. 이미 서울 CGV압구정에서는 1995년작 ‘중경삼림’이 지난 13일부터 재상영되고 있고 광화문 스폰지하우스는 4월1일부터 ‘아비정전’을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씨너스 이수와 경기 파주 씨너스 이채는 4, 5월 매주 화요일 ‘해피투게더’를 상영한다.

재개봉 열풍은 극장 측과 관객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우선 관객 입장에선 아쉽게 놓친 작품을 찾아 볼 수 있어 좋다. 과거에 봤던 영화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흔치 않은 기회다. 최근 재개봉작들은 대부분 마니아층의 요청에 의해 선정됐다.

극장의 경우 관객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형 멀티플렉스보다 시장 지배력이 약한 중소규모 극장이 재개봉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스폰지하우스는 2004년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2006년까지 매년 재개봉하면서 인디예술영화 상영관으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이 극장은 해마다 그해 상영작을 엄선해 재개봉하고 있다.

씨너스 이수 마케팅팀 관계자는 “스코어보다 극장 인지도 상승 효과를 염두에 둔다”며 “대형 멀티플렉스 체제로 재편된 영화계에서 작은 극장이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멀티플렉스의 경우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로 재개봉을 활용한다. 특히 지금처럼 극장가 전체의 침체가 계속될 때는 관람객 층이 두꺼운 화제작을 다시 스크린에 걸어 객석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CGV는 지난해 8월 공포 영화 몇 편을 묶어 재개봉했고, 11월에는 ‘라따투이’를 다시 올려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배급사 측도 일정 비율의 수익을 나눠갖으니 나쁠 게 없다.

CGV 관계자는 “콘텐츠가 부족한 비수기에는 이런 행사로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앞으로 작품성 있는 다양한 영화들을 재개봉해 새로운 관람 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by 100명 2008. 3. 24. 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