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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갈길 멀다
HD- DVD와 경쟁서 승리했지만 자리매김에 시간 걸려
생산가 높은 것도 문제…새 경쟁자로 IPTVㆍHDD 부상
`수년을 끌어오던 차세대 DVD 경쟁에서 블루레이디스크가 승리했지만 블루레이디스크가 시장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더 힘든 전쟁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DVD 표준이 블루레이디스크로 정해졌지만 너무 빠른 승부와 초고속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IT환경 변화로 인해 어려움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니와 도시바는 차세대 DVD표준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들이기 때문에 그동안 출혈을 감수하며 경쟁을 벌였지만 앞으로는 그런 경쟁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빨리 끝난 경쟁 때문에 가격 하락이 느려 시장이 더디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너무 빨리 끝나서 시장에 악영향?=일각에서는 차세대 DVD 경쟁이 예상보다 너무 일찍 끝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당초 업계는 블루레이와 HD-DVD가 경쟁구도를 이뤄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가격하락과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도시바가 백기를 너무 일찍 들어 블루레이디스크 진영이 협력업체와 제품에 투자할 여력을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관련업체들로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을 끌어내지 못하는 일로 이어진다.
실제 블루레이 포맷이 발표된 이후 각 차세대 DVD 관련업체들은 HD-DVD사업은 중단했으나 블루레이 부문에 대한 입장변화는 밝히지 않고 있다.
세계 1위와 2위 광저장장치 업체인 히타치엘지데이터스토리지(HLDS),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로지(TSST)도 블루레이디스크 승리는 인정하지만 블루레이디스크 관련 전략은 기존과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아직 블루레이디스크플레이어 생산가격이 높기 때문에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업체는 블루레이디스크와 HD-DVD 양쪽 기술을 확보한 상태지만 현재처럼 수익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블루레이의 새로운 경쟁자는 인터넷과 HDD=HD-DVD가 차세대 DVD 시장에서 물러났다고 해도 블루레이를 견제하는 세력은 더 많다.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HD급 화질 영화를 제공하는 IPTV 부문은 블루레이의 가장 큰 위협요소다. 블루레이디스크가 DVD에 비해 고화질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물리적인 매체라는 점에서는 DVD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시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구매 또는 대여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블루레이디스크 보다 리모컨 조작으로 바로 고화질 영화를 볼 수 있는 IPTV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블루레이디스크 플레이어와 콘텐츠를 추가로 구입하는 것보다 기존 TV와 케이블망을 이용할 수 있는 IPTV가 가격적인 부담이 적고 편리하다. 서비스 제공자들도 초고속인터넷망과 서버,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있으면 추가 부담이 적다. 북미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애플TV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나 고용량 플래시메모리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기술의 발전도 블루레이디스크에 위협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세대 DVD 시장에서 진정한 승자는 콘텐츠를 전송하는 인터넷과 콘텐츠가 들어있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업계 대부분 당분간 뒷짐지고 관망=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관련업체들은 블루레이디스크 부문 강화 또는 진출이라는 판단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
또 대부분 소비자들은 풀HD 영상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블루레이디스크를 원하지 않는다. 커다란 TV를 사지 않고 기존 DVD와 디지털방송 만으로 만족하는 소비자를 블루레이디스크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직접 경험하게 해주는 것은 블루레이디스크 진영의 숙제로 보인다. 이로 인해 블루레이디스크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DVD 보다 훨씬 긴 기간을 거쳐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시장이 상황 변화를 몰라 회사차원에서 블루레이디스크에 대한 전략을 세우지 않았다. 당분간은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지 관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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