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업 70주년… 특검에 눌려 ‘잔치없는 古稀’
1938년 첫 발… 초일류기업으로 우뚝
김병직기자 bjkim@munhwa.com
삼성상회’ 설립(1938년), 제일제당 설립(1953년), 삼성전자 설립(1969년), 삼성중공업 설립(1974년), 이건희 회장 취임(1987년), 삼성 브랜드가치 100억달러 돌파(2003년), 시가총액 비중 19.2%(2008년 3월19일)...

지난 1938년 대구 중구 인교동에서 4층 목조건물에 ‘삼성상회’라는 명패를 달고 시작했던 삼성그룹이 오는 22일로 창업 70주년을 맞는다.

사람의 연령으로 치면 고희(古稀)다. 냉혹한 국제경쟁 속에서 국내 대표기업에서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해 온 삼성의 70년 역사를 놓고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업사(史)’이자, 한국 경제계의 글로벌 경영개척사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눈부신 발전과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올해 고희를 기념하는 잔치도, 창업 70주년을 축하하는 어떤 기념행사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 비자금 조성과 로비의혹 등에 대한 삼성특검이 강도높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창업기념식을 갖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각종 해외악재로 ‘경제위기’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삼성그룹이 ‘특검 후폭풍’으로 위축되고, 그 여파가 경제계 전체에 ‘삼성발 불황’으로 이어지는데 안타까워 하면서 “하루 빨리 한국 경제계가 분위기를 무거운 떨치고 일어나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의 기업사’ 삼성 = 삼성은 70년 전과 비교할 때 ‘천지가 개벽했다’고 할 정도의 무서운 성장과 변신을 이뤄냈다. 창업 30주년이던 1968년 연간 220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2006년말 현재 152조원으로 성장해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차지하고있다.

수출 역시 1968년 3255억달러이던 것이 2006년에는 663억달러로 우리나라 총수출의 20.4%를 차지한다. 특히 지난 1987년 취임 이후 1988년 시작된 ‘제2창업’,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과 신경영 등으로 내달린 ‘이건희 시대’ 20년의 삼성 변화는 그야말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나아가는 ’대장정’이었다.

◆최대의 위기… 빨리 극복해야 = 그러나 삼성은 지금 전례없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외환위기 사태, 2002년 대선자금 수사, 안기부 ‘X파일’ 사태 등 숱한 고비를 넘겨왔지만 삼성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의혹제기로 불거진 ‘삼성특검’은 그룹 전체를 전에 없는 위기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이 여파로 삼성은 주요 투자계획과 임원 인사 등을 전면 중단한 것은 물론, 경영계획 수립 등에도 중대한 차질을 빚고있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삼성그룹의 70년은 한국 경제의 70년이라고 불릴 만큼 삼성이 우리 경제에 기여한 바는 매우 크다”고 평가한뒤, “현재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히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이 특검 문제로 장기간 경영 차질을 빚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 빨리 특검이 마무리돼서 삼성이 다시 한국경제의 회생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해줘야한다”고 지적했다.
by 100명 2008. 3. 21. 1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