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헌혈ㆍ사체기증 받습니다"

건국대 국내 첫 `동물복지 헌혈ㆍ기증제' 시행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건국대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은 애완동물의 헌혈과 장기 및 사체 기증을 내용으로 하는 `동물복지 실현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보호자 동의에 따라 개와 고양이의 혈액을 받아 질병을 앓거나 사고를 당한 동물을 수술할 때 쓰고 사체를 기증받아 수의학도들이 의술을 연마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에서 처음이다.

채혈에 따른 동물학대 요소를 보호자 동의로 일정 부분 상쇄하고 의학도들의 실험ㆍ실습을 위해 희생되는 건강한 동물들의 수를 대폭 줄이자는 게 근본 취지라고 병원측은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그간에는 동물 혈액은행에서 피를 사다가 썼는데 이는 혈액을 생산하려고 따로 키우는 `공혈동물'을 마취한 뒤에 억지로 채혈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적십자에 헌혈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며 동물을 학대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헌혈에 참여한 동물은 각종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고 노쇠한 신체나 사체를 기증한 동물은 병원에서 안락사 시술을 받거나 병원 측이 연대한 전문업체로 부터 화장 등 장례 서비스도 받는다.

병원은 애완동물과 보호자의 특별한 유대를 감안해 병원 게시판에 사체를 기증한 동물의 이름을 새겨 보존하고 보호자에게는 함께 보낸 시간을 추억하도록 사진을 담은 목걸이용 펜던트도 만들어 줄 계획이다.

김휘율 건국대 동물병원장은 "함께 살아온 동물의 죽음은 큰 슬픔이며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 또한 매우 힘든 일"이라며 "한 줌 흙으로 곱게 보내는 대신 기증을 선택하는 건 일생을 함께 한 동물과 유대감을 강화할 뿐 아니라 좀 더 쉽게 이별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y 100명 2008. 3. 21. 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