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유가로 경형 승용차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운전자들은 국내도 외국처럼 다양한 경차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현재 단종된 차종을 빼면 기아차 모닝과 GM대우 마티즈가 고작이다. 내년에는 마티즈 후속 ‘비트’ 정도가 예정돼 있다. 이에 정부는 내년 1·4분기에 액화석유가스(LPG) 경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차 확대는 반기면서도 휘발유나 경유 연료를 쓰는 경차가 아닌 LPG 경차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LPG는 연료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가격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LPG 차 연료효율 낮은 편=고유가 대책으로 큰 방향에서는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은 경차 확대 계획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LPG 모델 도입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가솔린이나 디젤보다 LPG 모델이 연비는 낮지만 연료비가 절반 수준이어서 경제성이 있다”며 “현대·기아차의 LPG차 엔진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운전자들은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LPG 모델 차량은 연비가 가솔린이나 디젤 모델의 60%대에 그쳐 경제성이 날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LPG의 연비가 떨어지는 것은 엔진 기술 문제 이전에 기본적으로 발열량이 휘발유나 경유보다 적기 때문이다.
에너지기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경유는 ℓ당 8450㎉, 휘발유는 7400㎉의 순발열량을 가지고 있다. 반면 LPG차 연료인 부탄가스는 6302㎉로 훨씬 낮다. 같은 양을 연소시켜도 휘발유나 경유보다 LPG의 화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차량 연비 차이로 이어진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현대차 쏘나타 2.0을 기준으로 디젤 모델은 공인연비가 13.4㎞/ℓ, 가솔린 모델은 11.5㎞/ℓ이지만, LPG 모델은 9.0㎞/ℓ로 디젤차의 67%대에 그친다. 구형과 신형 LPG 엔진의 차이는 있지만, 일부 운전자들은 “실제 연비는 경유차의 50%밖에 안 나온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 긴 안목의 세금정책 필요=휘발유가 경유보다 비싼 것이 세금 때문이듯, LPG도 세금이 상대적으로 낮아 더 저렴하다. 그러나 효율이 낮고 수입 의존도도 높은 LPG를 연료로 한 경차 보급은 거꾸로 가는 정책일 수도 있다. 특히 올해 들어 휘발유·경유 가격 못잖게 LPG 가격도 상승행진 중이다. 7월 첫주 기준 전국 평균 LPG 가격이 ℓ당 1067.24원으로 한 달 사이 42원 뛰었다. 이는 휘발유(1907.3원)와 경유(1905.93원)의 약 56% 수준이다. 결국 LPG 모델의 연비를 감안하면 유류비는 엇비슷해진다.
LPG 가격이 낮은 것은 원료 가격이 더 싸기도 하지만 낮은 세금 덕도 크다. 6월 넷째주 기준 부탄가스 세금은 ℓ당 약 490원대로 경유세(629.71원) 휘발유세(830.64원)보다 훨씬 적다. 다수 소비자들은 “LPG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르면 경유처럼 세금을 올릴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가지고 있다.
또한 ‘깨끗한 에너지’로 알려진 LPG가 실제는 특별히 더 친환경적인 것도 아니라는 반론도 많다. 쏘나타 2.0으로 보면 디젤 모델은 1㎞를 가면 194g의 CO2를 배출하는 데 비해 가솔린 모델은 204g, LPG 모델은 196g을 내뿜는다. 실연비가 더 낮다면 LPG차의 CO2 배출도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한 마디로 LPG차는 세제 혜택이 있고 차 가격이 싸기 때문에 당장 소비자에게는 유리하지만 국가 경제나 환경 면에서는 반대일 수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환경이나 연비를 생각하면 경차도 가솔린이나 디젤 모델이 바람직하다”며 “현대·기아차도 차를 파는 데만 신경쓸 게 아니라 해외시장을 봐서라도 디젤경차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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