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3월 개봉 4편 ‘봄가뭄’ …지난해의 절반

경향신문|기사입력 2008-03-13 17:22

‘허밍’

ㆍ새학년 맞아 학생층 발길 끊겨

ㆍ개봉작도 여름성수기 ‘땜질용’

3월 한국영화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이달에 개봉이 확정된 한국영화는 총 4편이다. 그 중 다큐멘터리 ‘과거는 낯선 나라다’를 제외하면, 상업영화는 단 3편에 불과하다. 안성기·조한선 주연의 ‘마이 뉴 파트너’(6일 개봉), 한지혜·이천희 주연의 ‘허밍’(13일 개봉), 권상우·송승헌 주연의 ‘숙명’(20일 개봉) 등이다.

이는 예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크게 적은 숫자다. 2006년 3월에는 ‘데이지’ 등 9편이, 2007년 3월에는 ‘좋지 아니한가’ 등 8편이 개봉했다.

‘마이 뉴 파트너’

전통적으로 3월은 극장가 최악의 비수기로 꼽힌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이 시기에는 영화의 주요 관객층인 학생들이 극장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고 여름 블록버스터가 개봉하기 전인 3~4월에 작품성, 흥행성 면에서 낮은 수준의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한다.

CJ CGV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관객은 2월에 비해 28% 이상 감소했다. 올해도 비슷한 추세다. 그나마 2월 개봉작들이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10일 자료에 따르면 ‘추격자’가 개봉 4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2위 역시 2월 개봉작인 ‘밴티지 포인트’였다. 3월에 처음 개봉한 한국영화 ‘마이 뉴 파트너’는 11만 관객을 모으며 4위에 그쳤다.

예년에도 3월 개봉작은 대체로 흥행에선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참신한 시도만은 돋보인 경우가 많았다. 2006년의 ‘방과후 옥상’ ‘망종’, 2007년의 ‘좋지 아니한가’ ‘우리 학교’ 등이 대표적이다. 의외의 3월 흥행작이 탄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2001년 3월 개봉한 ‘친구’는 전국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3월 개봉작은 작품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마이 뉴 파트너’는 ‘투캅스’ 풍의 형사 버디 영화에 부자(父子)의 정이라는 주제를 섞었지만, 조합은 성공적이지 않다. 평소 무심하게 대하던 연인이 곁을 떠난 뒤에야 소중함을 느끼는 남자의 이야기 ‘허밍’은 연기력, 연출력, 시나리오의 참신성 면에서 모두 낙제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한국영화 불황의 징조가 3월 비수기를 통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CJ엔터테인먼트 이상무 부장은 “지난 2년 연속 한국영화가 연 100편 이상 개봉했는데, 올해는 70편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촬영 중이거나 후반작업 중인 영화의 수를 고려한 수치다. 이 정도 편수면 매주 1편, 성수기엔 2편의 한국영화가 개봉된다.

영화 프로듀서 김소희씨는 “한국의 총 관객수와 평균 제작비 등을 고려할 때, 한국영화는 연간 60~70편 개봉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100편 이상 개봉하면 영화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된다는 것이다.

‘숙명’

김소희씨는 “ ‘빙하기’에 가까웠던 작년 영화 투자 시장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한국영화 제작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연예 산업 자체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만큼 조정 국면을 거치면 한국영화가 완전히 추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영화 보릿고개는 공수창 감독(‘알포인트’)의 미스터리물 ‘GP506’, 박해일·김혜수 주연의 ‘모던 보이’가 개봉되는 4월이 돼서야 해소될 전망이다.
by 100명 2008. 3. 13.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