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감독의 해명 "'이산' 현 정부 띄워주기 결코 아니다"

"정조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그렇게는 말 못할텐데...."

 인기 사극 '이산'의 이병훈 감독이 지난 10일(월요일) 방송에서 정조(이서진)가 한 발언이 현 정부 띄워주기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이 불거진 데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방송서 정조는 노론 측 신하들이 서얼 등용 철폐 주장을 굽히지 않자 "조정의 관료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 방만하게 운영돼 온 관제와 조직을 일신해 대폭 축소하고 작고 효율적인 조정을 만들겠다"고 겁을 주는데, 이 대목이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현 정부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대선서 정조 같은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던 이 감독은 "정조는 250년 전의 군주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면에서 개혁적이고 이상적인 정치를 한 현재적 임금이었다"며 "작은 정부는 역사에 기록된 정조의 치적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부 조직을 경제적인 규모로 축소시킴으로써 여기서 절약한 비용으로 수원성을 구축할 때 무료 봉사 대신 임금을 지급하는 선정을 펼 수 있었다는 부연설명이다.

 정조가 고집한 자유무역 시장의 원리도 MB 정부와 상통하는 대목이 있다고. 종로의 육의전에서 허가받아 장사하는 오랜 관례를 없애고 누구나 세금만 내면 장사할 수 있도록 허가한 후 종로를 제외한 마포, 서강, 송파 등지에서 마음껏 장사할 수 있게끔 터전을 마련해줬는데 이게 요즘 시각으로 보자면 규제와 통제를 없앤 기업의 자유주의 정책과 통한다는 것.

 탕평책을 써 모든 신하를 당파나 본인의 친소관계와 관계없이 중용해쓰고, 천주교를 탄압하지 않고 정은 사를 이긴다며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고, 관노를 없앤 것은 물론 개인 노비가 도망칠 경우 국가에서 잡아다주는 노비추세법을 없앰으로써 사실상 사노까지 없애는 등 정조의 치적은 부지기수. 문화 지원 정책을 통해 박지원을 필두로 한 패관문학이 번성하고 김홍도와 신윤복 같은 화가들이 마음껏 천재성을 발휘하는 등 그의 치적은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곳곳으로 미쳤음은 역사에 분명히 기록돼 있다.

 개중엔 현 정부의 정책이나 행태와 부합하는 것도 있겠지만 상반되는 것도 있을 수 밖에 없는 만큼 이를 현 정치권과 연결시키기 보다는 드라마 자체로 봐주기를 바란다는 주문이다.

 한편, 이 감독은 얼마전 원로 작가 신봉승씨가 요즘 사극들의 역사 왜곡 문제를 지적한 데 대해 "인정한다"며 겸허하게 수용했다. "정순왕후의 사가 출입이 잦은 점, 이산이 군대를 이끌고 궁궐에 들이닥친 점, 실제 정조는 대리청정을 한 번 했는데 드라마에서는 두 번 한 것으로 그린 점 등은 픽션이었다"며 "알면서도 드라마적 재미를 위해 고증을 위배한 경우가 있는데 항상 마음에 걸려 있다"며 사극 PD의 고충을 털어놨다.

by 100명 2008. 3. 11. 1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