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 메이크업…"학교 예쁘니까 공부도 잘 돼요"

매일신문|기사입력 2008-03-07 11:51
지난 1일 개교한 대구 북구 매천동의 관문초교는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올 만큼 건물 외형이 독특하다. 갈색빛의 벽돌과 은회색의 아연 골강판이 조화를 이뤘고 노란색 콘크리트의 층간 테두리로 포인트를 줬다. 뿐만 아니다. 옥상 난간은 붉은 주황색으로, 현관은 귤색으로 치장하는 등 건물 전체가 색깔 잔치를 벌이고 있다. 찬찬히 뜯어보면 하나의 조각 작품을 보는 듯하다.

학교 건물이 예뻐지고 있다. 성냥갑처럼 네모 반듯한 천편일률형에서 벗어나 건물 형태가 다양해지고 알록달록한 색깔로 치장되고 있다. 건물 외형 못지 않게 내부 편의시설도 잘 갖춰 교육 효과를 높이고 있다.

◆학교건물도 패션이다.

지난 2월 준공한 북구 매천동의 매천고도 아름다운 학교로 손색이 없다. 베이지색 외벽에 갈색 벽돌과 은회색 알루미늄 패널이 조화를 이뤄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페인트나 천장재, 마감재 등이 모두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졌다. 공기순환과 개별 냉난방 시스템을 갖췄고 장애학생이 편리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난간부터 화장실까지 장애인 편의시설이 군데군데 위치해 있다. 건물 5층엔 실내정원을, 옥상에는 야외 휴게실이 있다. 또 기하학적 형태의 체육관은 ㄷ자 형태의 패널로 포인트를 주고 통유리를 최대한 활용했다. 김재원 교감은 "학생회, 휴게실 등 다목적 공간이 많아 마치 대학교 건물 같다"며 "학생들이 좀 더 쾌적하고 깔끔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ㄷ자 형태의 달서구 유천동 유천초교도 갈색 벽돌에 파란색 패널을 사각형으로 붙여 눈길을 끈다. 끄트머리에 위치한 계단실은 외벽을 통유리로 처리해 시야를 확보하고 햇빛을 최대한 받아 실내가 밝도록 설계했다. 측면 건물은 라운딩으로 처리해 은은한 느낌도 준다.

달성군 다사읍 왕선초교의 예쁜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전체적인 갈색 벽돌에 노란색 패널 테두리와 가운데 은회색 패널로 포인트를 줬다. 工자 형태의 이 학교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내부적으로 통하도록 동선을 만들었다. 달성교육청 이동구 시설과 주사는 "초교생 눈높이에 맞춰 원색을 많이 사용했고 이동 경로도 고려했다"고 했다.

◆교육 효과 '쑥쑥'

신축 학교를 중심으로 초중고교에 디자인 열풍이 부는 것은 민간투자사업(BTL)의 영향이 크다. BTL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자금을 투자해 학교시설을 건설한 후 소유권을 교육청에 이전하고 사업시행자는 20년간 시설임대료 및 운영비를 받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대구시교육청은 2005년부터 BTL방식으로 매년 6, 7개 학교 정도를 신축 또는 개축하고 있다.

과거에는 저가 위주의 입찰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업체 공모를 통해 경쟁을 하다 보니 디자인 경쟁 또한 치열하다. 대구시교육청 박종길 교육시설과 사무관은 "예전에는 실용 위주로 건물을 짓다가 요즘에는 디자인을 포함한 기술 부문에 상당한 평가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학교에 대한 교사들과 학생들의 호응도는 높다. 관문초교 이중희 교장은 "학교가 획일적이지 않고 색깔과 패션이 많이 가미돼 어린 학생들의 창의력과 미적 감각을 자연스레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관문초교 3학년 박유진(9)양은 "지난해에는 다른 학교에 다녔는데 그곳보다 건물이 밝고 예쁘니까 공부가 더 잘 될 것 같다"고 좋아했다.
by 100명 2008. 3. 7. 1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