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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긴급대책반’ 꾸린 삼성의 세가지 고민은 | |
삼성그룹이 최근 전략기획실 차원에서 소니 대책반을 긴급히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소니가 LCD 10세대 공장을 기존 합작사인 삼성 대신 샤프와 짓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대책반 구성 이후에도 뾰족한 해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26일 소니와 샤프 합작계획이 발표된 이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LCD 사업과 연관된 계열사와 비상대책반을 만들고 해법 마련에 들어갔다. 대책반에서는 ▷소니를 포함한 향후 일본 비즈니스 영향 ▷추가 제휴사 선정 ▷소니와의 관계 회복 등 3대 핵심사안을 중심으로 면밀한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내에서는 ‘소니의 이탈’이 소니 주장대로 단순한 ‘거래선 다양화 차원’이 아닌 ‘소니쇼크’로 일컬어질 만큼 아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 B2B 사업 어쩌나=삼성은 소니의 결정이 일본 거래선의 추가 이탈로 번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일본 가전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일본에서는 반도체ㆍLCD 등 기업 간 거래(B2B)에 집중키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니의 일탈은 삼성 B2B 사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 공통된 관측이다. 당장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낸드플래시의 경우 세계 2위의 일본 도시바가 소니에 공급선을 늘릴 것으로 알려져 도시바의 몫이 늘어나는 만큼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줄어들 공산이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일본에서 반도체와 LCD 쪽에서는 경쟁력을 가져왔는데 소니의 이탈로 관련 사업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장 낸드플래시에서 도시바의 추격이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니 대체할 추가 제휴선 잡을 수 있나=더 큰 문제는 새로운 제휴사를 확보하는 일이다. 대책반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나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께 가동할 소니-샤프의 10세대 공장에 대응하려면 삼성전자는 늦어도 올해 안에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5조원으로 추정되는 투자자금이 문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유보액은 약 8조원. 하지만 반도체, 정보통신 등 거대 투자처가 있기 때문에 LCD에만 돈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소니처럼 자금여력이 있고, TV 제조사로서 일정 정도 LCD 패널 수요가 있는 매력적인 제휴사를 잡아야 하지만 마땅치 않은 게 고민이다. 일본 TV 메이커인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은 일본 전자업체 내의 반(反)삼성 분위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고 네덜란드 필립스도 디스플레이 사업을 줄이기 위해 제휴사인 LG디스플레이의 지분을 축소하고 있어 여의치 않다. 외신 등 일각에서는 AUO, CMO 등 대만 업체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TV 메이커가 아니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소니와의 관계 회복은 결국 이건희 회장이 나서야 하는데=삼성은 소니와의 관계 회복이 가장 최우선 방법이다. 10세대 공동 투자 결별을 떠나 소니와의 협력관계가 깨지면 기술제휴 등 유무형의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003년 소니와 합작사(S-LCD) 설립을 결정할 당시 삼성과 소니 양사 내부에서도 반대가 많았지만 이 회장이 소니 이데이 회장과 만나 이를 적극적으로 성사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경쟁사라는 점이 부담스러웠지만 오히려 기술 공유 등으로 소니로부터 배울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문제는 이 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소니 수뇌부를 만나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삼성 안팎의 공통된 목소리다. 하지만 이 회장이 특검 등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태에서 눈 앞에서 소니를 놓쳐 버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지배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소니의 결별 선언 때 이 회장이 직접 나설 수 있었다면 막았을지 모른다”면서 “삼성으로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소니 내의 반삼성 인맥이 부상할 것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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