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업계 구조조정 바람

한국경제|기사입력 2008-03-05 18:33
요즘 멀티플렉스 극장에 가보면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 많이 발견된다.매표소 직원이 색연필로 영화표에 동그라미를 치며 영화 제목과 시간을 확인해주던 것이 사라졌다(CJ CGV).극장 매점에서 계산하는 곳과 음료나 팝콘을 받는 곳이 다르다(메가박스).표만 출력하던 무인티켓판매기에서는 현금과 카드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프리머스시네마).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 조정 및 경영효율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1996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관객 수가 전년에 비해 5.5% 감소(CGV 분석)하는 등 업계 불황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GV는 극장에서 표를 팔거나 안내를 하는 현장 인력 3000여명 가운데 무려 900여명(30%)을 최근 줄였다.지난해 만든 혁신팀이 올초 내놓은 새로운 업무 매뉴얼을 적용해 관객 한 명을 응대하는 시간을 기존 70초에서 50초로 단축시킨 결과다.티켓 확인 등의 절차도 없앴다.

한 장에 10원 정도하는 티켓제작 비용까지 줄이기로 했다.현재 CGV 부천 역곡점에서는 100% 컬러 코팅지로 제작된 티켓 대신 일반종이로 만든 티켓을 시험 사용하고 있다.이렇게 티켓제작 가격을 장당 3원으로 줄여 연간 5억∼6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심지어 '형광등 하나 빼기' '갱지 사용하기' 같은 '눈물겨운' 원가절감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프리머스시네마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최근 현금읙카드 서비스 기능까지 갖춘 무인티켓판매기 22대를 신림·독산·부천 소풍·대전·대구 등 8개 상영관에 설치했다.업무가 줄어든 영화표 판매 인력 80여명은 현장 안내나 서비스 쪽으로 배치했다.향후 무인티켓판매기 설치를 확대해 전체 티켓 판매량의 90%가량을 소화할 예정이다.사실장 현장 티켓 판매원을 없애겠다는 얘기다.

메가박스 역시 매표소 기능을 축소시키기 위해 맥스무비나 티켓링크같은 위탁 예매사이트를 통한 인터넷 예매율 높이기에 힘쓰고 있다.그 결과 메가박스의 전체 영화표 판매량에서 위탁 사이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2%에서 작년에는 16%로 올라갔다.자사 홈페이지까지 포함한 인터넷판매 비중은 같은 기간 38%에서 47%까지 치솟았다.인터넷으로 예매한 티켓의 출력만 가능했던 티켓발권기의 기능도 지난달 현장 판매까지 할 수도 있도록 개선했다.

또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의 판매 방식을 벤치마킹해 메가박스 신촌점 매점의 주문과 수령을 분리시켰다.메가박스 관계자는 "이달 중 개장하는 수원 영통점과 5∼6월 중 문을 여는 동대문점에도 이 같은 매점 배치를 적용해 업무량과 시간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시네마는 재작년 도입한 '하이패스 시스템'을 20개 상영관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인터넷이나 휴대폰으로 예매한 고객은 티켓없이 간단한 인증만 받아 전용 출입구로 입장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극장들이 영화 관람이 아닌 매점이나 위탁운영 등 부대사업으로 간신히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구조 조정이나 비용 절감 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by 100명 2008. 3. 5. 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