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의 변신은 무죄

무대 위로, 공중으로



명확하게 구분됐던 극장 무대와 객석이 파격적으로 변형되고 있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무대 위에 객석이 마련되는 것은 물론, 천장에 매달려 돌아가는 공중 회전 객석이 설치되기도 한다.

21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레이디 맥베스'의 관객들은 600석 규모의 기존 객석 대신 무대 위에 마련되는 300석 규모의 객석에 앉게 된다.

무대 위 뒷 편에 기존 객석을 바라보는 형태로 새로운 객석이 설치되고 무대와 기존 객석 사이에는 막이 드리워져 관객이 배우와 한 공간에서 호흡하게 된다. 공연 내내 기존 객석을 가려주던 막은 종이 울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올라가게 된다.

이처럼 객석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면서까지 '무대 위 객석'을 도입한 것은 관객과 배우가 가까이 교감할 수 있는 소극장의 묘미를 살리면서 높이 50m에 달하는 토월극장의 공간감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인간의 내적 심리상황을 공간을 통해 표출하는 한태숙 연출 특유의 무대 언어가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 위 객석'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구현되는 것이다.

한 연출은 "관객들에게 깊고 높은 성당에서 벌어지는 제의에 동참한 듯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맥베스'를 각색한 이 작품은 왕위를 찬탈한 맥베스 대신 왕위 찬탈과정의 막후 조종자인 '맥베스 부인'에 초점을 맞춰 인간내면에 숨어있는 범죄 심리와 죄의식을 치밀하게 그린 작품이다. 파격적인 무대 디자인은 이태섭 씨가 맡았다.

작년 12월 안산 문화의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이미지극 '선동'(연출 양정웅) 역시 '무대 위 객석'을 도입했던 작품이다.

양정웅이 연출한 이 연극은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다양한 면모를 영상과 음악, 배우의 몸이 어우러지는 이미지극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양 연출은 무대의 네 면을 막고 네 면에 광목천으로 만든 스크린을 설치해 사방에서 영상이 흘러 나오도록 했으며, 객석을 무대 위에 만들어 관객이 마치 그림 속 한 부분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8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이블데드'에서는 327석 규모의 기존 객석에 더해 30석이 무대 위에 설치된다.

코믹호러 뮤지컬인 이 작품에서는 객석까지 피가 튀는 엽기적인 장면이 연출되는데 피가 튀는 일명 '스플래터존'이 타원형 무대 가장자리를 따라 마련되는 것이다.

스플래터존에 앉는 관객에게는 옷에 피가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우비가 지급된다.

'무대 위 객석'보다 좀 더 파격적으로 천장에 매달려 회전하는 '공중 회전 객석'도 등장했다.

1일 재개관한 홍대 앞 씨어터제로는 극장 천장에 타원형의 대형 회전레일을 설치하고 객석 20여석을 매달아 관객들이 공중 회전의자에 앉아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전레일 시스템은 조립식으로 제작돼 객석 뿐 아니라 무대 세트나 공연자가 매달리는 무대 장치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극장 측은 "국내극장에 공중 회전 객석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실험예술의 산실이라는 극장 성격을 살리면서 관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공중 회전 객석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by 100명 2008. 3. 3.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