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를 위한 극장은 없다?

OSEN|기사입력 2008-03-02 08:03 |최종수정2008-03-02 11:39


[OSEN=손남원 기자]한국 극장가에서 작가주의 감독의 흥행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호평받고 있는 홍상수(47) 감독 조차 예외는 아니다. 올 해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됐던 '밤과 낮'을 지난달 28일 개봉한 그는 스크린 확보에 애를 먹었다. 톱스타 출연이 없고 기존 작품들의 흥행이 저조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밤과 낮'이 상영되는 국내 스크린은 30개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영화로서의 흥행이 거의 불가능한 스크린 숫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톱스타 출연작이 500여개, 웬만한 상업 영화는 400여개 이상으로 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화진흥회 집계 이번 주 예매율 집계에서 '밤과 낮'은 개봉 첫 주말임에도 20위에 그쳤다. 0.12%의 점유율.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가 38%, 강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바보' 19%, 할리우드 액션 스릴러 '밴티지 포인트'가 19%로 1~3위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참혹한 수치다.

홍 감독의 이번 '밤과 낮'은 크랭크인 직전에 한 투자사의 투자 철회로 곤란을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완성됐다. 김영호 박은혜를 주연으로 한 영화는 10억원대의 저예산으로 찍었지만 베를린영화제 등 유럽 무대에서 호평을 받음으로써 '밀양'처럼 국내 흥행에 돌풍이 일지않을까 기대를 모았었다.

홍 감독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틀로 영화를 규정하기를 거부했다. “직감”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통념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했다. 요즘 관객들은 무엇인가를 단순화 시키는 작업을 반복하며 단순화되지 않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의 작품만큼은 때로 지루하고 때로 답답해짐을 한번쯤 즐겨봐도 좋을 듯하다. 홍상수의 영화니까.
by 100명 2008. 3. 2.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