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한국영화의 '새 대안'인 이유 세가지

마이데일리|기사입력 2008-02-28 11:27 |최종수정2008-02-28 11:56


[마이데일리 = 장서윤 기자] 지난 14일 개봉 이후 12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영화 '추격자(감독 나홍진, 제작 영화사비단길)'가 불황의 위기에 빠진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스타마케팅 없이 작품성으로 승부하고 있다는 점과 탁월한 연출력, 규모에 비해 저렴한 제작비 면에서 특히 그렇다.

대규모 일반시사 당시부터 화제를 모은 '추격자'는 우선 스타마케팅이나 물량공세 없이 오직 작품 자체로 관객을 끌어들였다는 데서 최근 한국영화의 중요한 대안점을 시사하고 있다.

캐스팅 단계부터 '이름값'에 연연하기보다는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두 배우 김윤석·하정우를 캐스팅했다는 점, 개봉 전 공식 인터뷰 일정 외에 TV 예능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작품홍보에 나서진 않은 점 등은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작품자체'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장편 데뷔작으로 믿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은 나홍진 감독은 직접 집필한 시나리오를 높은 수준으로 완성해 냈다.

특히 극중 주 줄거리인 연쇄살인범 지영민(하정우)과 전직경찰 엄중호(김윤석)의 대결구도에 숨어있는 한국사회에 대한 통찰력은 탁월하다는 평가다.

시장에 대한 오물투척사건에 온 경찰력이 동원되는 장면을 통해 보여주는 비효율적인 관료제의 단면, 법망에서 벗어나 있는 여성 접대부에 대한 묘사를 통해 법에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들의 모습을 설득력있게 그려낸 것이다.

연출 면에서도 스피디한 감각을 잃지 않아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최근 관객들의 입맛에 제대로 적중했다. 긴박한 액션 신에 감탄한 남성관객은 객석에서 허리를 곧추세웠고, 영화의 잔혹함에 눈을 흘기면서도 여성관객도 끝까지 눈을 감지 않았다. 여기에는 액션 장면 한 씬에 3일을 투자하는 등 정확하고 섬세한 연출력이 숨어있다.

합리적인 제작비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추격자'는 극중 경찰력을 동원한 액션 장면과 총 85회차에 달하는 촬영 횟수 등 규모에 비해 저렴한 제작비인 순제작비 36억원 규모로 마케팅비 등 제반비용을 합치더라도 중급규모 작품 총제작비인 50~60억원에 비해 낮다.

또, 프랑스, 그리스 등 4개국에 선판매된 것 등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알찬 성과'를 거뒀다.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에 이어 흥행질주를 시작한 '추격자'가 비단 흥행 뿐 아니라 제작·마케팅 과정에 있어 '위기의 한국영화'에 새로운 전형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by 100명 2008. 2. 28. 1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