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500만 관객 시대 온다

기사입력 2008-07-11 09:36 |최종수정2008-07-11 13:41


‘쿵푸팬더’가 전국 500만 관객을 향해가고 있다. 과거 애니메이션 국내 최고 기록이었던 ‘슈렉2’의 330만을 가뿐히 넘더니, 이번 주말 450만 고지도 넘을 전망이다. ‘쿵푸마스터’를 꿈꾸던 국수집 아들 포는 쿵푸고수뿐만 아니라 흥행고수의 자리에도 오른 셈이다.

‘쿵푸팬더’의 이같은 흥행은 그러나 일시적 혹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극장가에서 날로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 개봉작은 물론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애니메이션을 살펴보면 바야흐로 애니메이션 전성시대가 도래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은 기본, 어른들을 잡아라= 애니메이션은 아동용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까지 있을까. ‘쿵푸팬더’는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믿으라는 교훈을 낯간지럽지 않게 전해주며, 현실에 지친 어른들에게 더 힘을 주는 영화다. 인기를 끈 ‘슈렉’ 역시 어른들을 위한 유머와 패러디가 가득하다. 한마디로 아이들이 보기에도 무리가 없지만 어른들이 봐야 더 재미있는 영화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데다, 가족들이 함께 관람하기에 부담이 없어 관객몰이에 더욱 유리하다.

애니메이션은 제작비 면에서도 실사영화를 압도한다. ‘월-E’의 제작비는 1억 8000만 달러. 이는 할리우드 블럭버스터 영화를 대표하는 슈퍼히어로 영화보다 훨씬 높은 규모다. ‘아이언맨’은 1억 4000만 달러가 들었고, ‘인크레더블 헐크’도 1억 5000만 달러로 ‘월-E’에 못 미친다. 심지어 앤절리나 졸리의 액션영화 ‘원티드’는 7500만 달러로 이의 절반도 안 된다. ‘쿵푸팬더’ 역시 1억 3000만 달러가 들어간 영화다. 이들 애니메이션은 처음부터 성인관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 아래 만들어지는 블럭버스터다.

블럭버스터 애니메이션이 요즘 주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동용 애니메이션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올해 애니메이션 개봉작 중 상당수도 아동용. 독일영화 ‘돼지코 아기공룡 임피의 모험’는 미취학 아동들 사이에서 조용한 인기몰이 중이고, TV시리즈로 큰 인기를 끈 ‘도라에몽’의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마계 대모험 7인의 마법사’도 17일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이 팬들이 많다. 또 MC몽과 신봉선의 목소리 연기로 감칠맛을 더한 ‘스페이스 침스’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유쾌한 영화다.

▶한국은 빠진 애니메이션 전성기= 컴퓨터 그래픽의 발달로 실사영화도 표현해내지 못할 것이 없다고 하지만 ‘쿵푸팬더’의 사랑스러움이나 ‘라따뚜이’의 영리한 요리사 쥐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면 힘들다. 적절한 과장과 생략을 이용한 3D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외모부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최첨단 기술이 다 동원되어 만든 캐릭터지만 만화의 아날로그적인 사랑스러움은 그대로다.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들은 동물 캐릭터를 넘어서, 더욱 자유롭고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제작 중에 있다.

애니메이션의 성장은 향후 영화시장에서 눈여겨봐야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이는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의 2007년 극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385% 급격히 상승한 610억 원 규모. 또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03년 한 해동안 해외 애니메이션 개봉작은 9편이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20여 편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국산 애니메이션이 이 흐름에 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좀 아쉽다. 2007년에 국산 애니메이션 극장개봉작은 단 3편이고, 지금까지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 흥행작으로 변변히 꼽을 만한 것도 없다. ‘잘빠진’ 해외 애니메이션은 속속 들어오고 있는데 한국 애니메이션은 질은 물론 양에서도 변동이 없다. 극장개봉작은 2003년에도 3편이고, 2007년에도 3편이다. MK픽처스에서 제작중인 ‘마당을 나온 암탉-잎싹’과 같은 애니메이션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울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쿵푸팬더’의 다음 흥행주자는 ‘월-E’가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8월 7일 개봉하지만, 미국에서 이미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텅 빈 지구에 홀로 남아 수백 년 동안 외롭게 일만 하며 보내던 월-E가 매력적인 탐사 로봇 이브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모험담 ‘월-E’는 디즈니-픽사의 야심작으로 ‘쿵푸팬더’의 기록을 갈아치울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by 100명 2008. 7. 11.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