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2시간은 기본

이야기ㆍ영상밀도 높아지며 러닝타임 길어져

영화가 길어졌다. 세계 영화계는 러닝타임이 길어지는 추세다.

10일 개봉한 우위썬 감독의 중국영화 ‘적벽대전’은 관객을 2시간16분 동안이나 붙들어둔다.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은 제목만큼이나 길어 무려 2시간19분에 이른다.

그나마 짧은 편인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도 2시간6분이다.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작인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과 ‘추격자’도 각각 124분과 125분에 달했다.

왜 그럴까?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영화평론가 이상용 씨는 “3시간(178분)에 이르렀던 ‘반지의 제왕’(2002년)을 기점으로 긴 러닝타임은 요즘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야기 구조의 변화’와 ‘편집 등 영화 기술상의 변화’로 영화 상영시간에 대한 대중의 감각이 변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영화들은 드라마에서 중요한 비중을 갖는 등장인물들의 구도가 선악의 양자 대결에서 다자간으로 변하면서 그 수가 과거의 영화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판타스틱4’ ‘엑스맨’ 등 주인공이 ‘떼’로 등장하는 할리우드 슈퍼히어로영화들이 대표적이다. 주인공격인 주유와 제갈량 말고도 손권,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이 등장하는 ‘적벽대전’과 주인공 3명 외에도 일본군, 독립군, 친일파, 마적떼 등이 등장하는 ‘놈놈놈’도 인물군이 복잡하다.

여기에 더해 빠른 장면전환은 이야기의 속도감을 높였다. 과거에 비해 시간당 컷 수가 훨씬 많아져 관객이 시각적인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제작비가 커지니 촬영분량이 많아지고 예전에는 2, 3컷으로 나눌 장면도 10컷 이상으로 쪼갤 수 있다. 요새 할리우드 영화나 웬만한 한국 영화들은 쉽게 2000컷이 넘어간다. ‘놈놈놈’이 2400컷, ‘님은 먼곳에’도 1700컷이다. 이준익 감독은 “제작자로서 영화가 길면 상영회차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지만 최근에는 이야기와 영상의 밀도가 높아져 러닝타임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단지 몇 십분 늘어났을 뿐이지만 영화 상영시간에는 다양성의 사회상과 이야기.영상감각의 변화라는 비밀이 숨어 있었다.

by 100명 2008. 7. 11.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