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입점업체에 횡포
LG패션`모그`신세계 입점에 롯데 "점포 빼라"

국내 최대 유통업체 롯데백화점(대표 이철우)과 대형 의류업체 LG패션(대표 구본걸)이 여성복 브랜드 '모그'의 신세계 본점 입점을 둘러싸고 자존심을 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패션은 이달 말 매장 개편을 앞두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에 자사 여성복 모그 매장을 내기로 잠정 결정했다.

문제는 이 소식을 접한 롯데백화점이 자사 소공동 본점 내 모그 매장과 상권이 겹친다며 이를 제지하고 나서면서 비롯됐다.

롯데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세계와 영업도 고려해야 하는 LG패션이 모그의 신세계 본점행을 계속 추진하자 롯데가 급기야 영업 중인 본점 모그 매장을 빼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

그러나 LG패션이 기존 방침대로 매장 확대 전략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여기에 맞서 롯데는 모그뿐 아니라 '헤지스' '닥스' 등 자사 백화점에서 영업 중인 다른 LG패션 브랜드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양사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일이 파행으로 치달으면 LG패션과 롯데백화점 둘 다 타격이 있는 만큼 겉으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박진호 LG패션 모그 담당 영업부장은 "신세계 본점 입점은 신규 브랜드인 모그가 앞으로 영업을 확대해 나가는 데 필요한 부분이라 적극 검토 중"이라며 "이로 인해 롯데와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원만한 타협점을 찾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송정호 롯데백화점 여성캐주얼 매입부 팀장은 "매장 입ㆍ퇴점은 협력업체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일이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면서 "신세계 본점은 여성캐주얼 장사가 잘 안 되는 곳이니 롯데 쪽에 힘을 싣는 게 낫다는 의견을 낸 정도였다"고 전했다. 의류업계는 대형 제조업체와 최대 백화점 간 대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주요 백화점들이 협력업체의 자율적 영업권을 인정한다면서도 경쟁사에 매장을 내면 매장을 박탈하거나 후미진 곳으로 이동시키는 등 불이익을 줬던 게 관행이었기 때문.

의류업체 한 관계자는 "그나마 브랜드 파워가 있는 LG패션 정도니까 백화점에 맞설 수 있는 것"이라며 "백화점이 운영하는 PB(프라이빗 브랜드)도 아닌데 매장 내는 것까지 일일이 관여하는 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by 100명 2008. 2. 17. 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