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고?" 싸늘한 민심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숭례문을 정부 세금 보다는 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이에따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 출범후 숭례문 복원을 위한 국민모금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국민성금 복원이라는 이벤트성 행사로 상황을 호도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李 "국민성금 복원이 의미 있어" = 숭례문이 전소된 11일 화재 현장을 둘러본 이명박 당선인의 표정은 내내 침통했다. 대통령 취임을 10여일 앞두고 벌어진 전대미문의 사건에 민심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임기전에 벌어진 사건인 만큼 책임소재를 가리자면 억울한 심정이지만 취임을 앞둔 '액땜'이라고 하기에는 사안의 파장이 너무 컸다. "숭례문 소실로 사회가 혼란스러운게 걱정스럽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당선인은 12일 국민모금을 통한 복원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조직개편안 협상 결렬을 논의하기 위한 관계자 회의에서 였다. 인수위원회와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한승수 국무총리 지명자와 청와대 수석 내정자 등 새 정부 핵심인사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였다. 이 당선인은 회의 서두에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에 전력을 기울이자고 말한뒤 바로 숭례문 복원 문제를 꺼냈다. 이 당선인이 이 사안에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가 엿보였다.

그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아주 상징적인 문화유산인 숭례문이 우리 눈 앞에서 사라져 큰 충격을 받았다"며 "빠른 시간안에 복원을 해서 우리 국민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야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당선인은 "숭례문 복원에 한 200억원 가량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정부 예산으로 할수도 있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국민성금을 모아 복원하는게 국민들에게 위안도 되고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밝혔다.

이경숙 인수위원장도 "숭례문은 정부의 숭례문이 아니고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우리의 보물이었기 때문에 국민 한명한명 마음이 담긴 정성으로 복원하면서 우리 마음을 추스르고 소망을 다시 깨우자는 당선인의 제안이 바람직하다"고 동감을 표시했다.

◆국민성금 복원 제안에 냉담한 민심 = 이 당선인의 제안은 성금모금 과정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국보1호 숭례문을 허망하게 잃어버린 허전한 민심을 달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의 관련 기사에 달린 수천개의 댓글은 비판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국민성금에 앞서 이번 참화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귀중 문화재가 방화되도록 방치한 사람 따로 있고 어물쩡 국민에게 비용을 대게 하려 하다니 이 무슨 얼척 없는 짓인지"(마녀여행****)

'국민이 봉'이냐는 지적도 많았다. 모금의 의의에는 동의하지만 문화재관리와 소방방재라는 정부 시스템상의 문제를 왜 국민들이 또다시 떠맡아야 되느냐는 비판이다. "저는 세금 듬뿍 냈거든요 ,태안 기름도 닦았거든요, 이제는 제발 좀 저지른 분들이 책임집니다!!!. 증말 짜증나 열받네(루*)"

자발적이어야 할 국민성금을 정부가 의도적으로 추진하려는데 대한 반발과 전시행정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흔쾌히 내놓는게 성금인데 왜 하라마라 하는가(푸른**)" "즉흥적 발상과 발언이문제다. 좀 신중하게 생각하고 이 참변을 반성하라(**허허참)"

by 100명 2008. 2. 12.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