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대목 없어진 위기의 한국영화
  • 뚜렷한 외화 없어 작년부터 흥행 저조
    '원스 어폰 어 타임' '더 게임'만 겨우 100만 돌파
    •  한국 영화계에 설 대목이 사라지고 있다.

       이번 설 연휴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한국 영화들이 개봉했다. 연휴 마저도 유난히 길었으니 각 제작사들은 저마다 머릿속으로 달콤한 계산을 했을 법하다.

       일단 영화진흥위원회에 집계된 박스오피스의 모양새는 그럴싸해 보인다. 1위부터 6위까지가 죄다 한국 영화들이고, 외화는 7위에 이름을 올린 이연걸 유덕화 주연의 '명장'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영화 부활의 조짐'이라며 흥분하고 있기도 하다. 외화들에 철저히 유린당했던 지난해를 떠올려 보면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정작 많은 영화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왜 그럴까.
    • 이유는 최근 몇 년 간의 박스 오피스 추이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극장가에는 비수기와 성수기가 나뉘어져 있었고, 설과 추석 연휴는 그 중 손꼽히는 대목이었다. 될 성 부른 작품들은 이 때를 기다려 제대로 한 방 터뜨렸고, 심지어 좀 '떨어진다' 싶은 작품에도 너그러이 지갑이 열렸다.

      때문에 소위 '대박' 작품들이 설, 추석 연휴에 많이 배출됐고, 연휴 기간 동안 여러 편의 한국 영화가 100만 이상의 멀티 히트를 기록하는 건 다반사였다.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말아톤'(2005년), '투사부일체'(2006년) 등 매년 설 대목엔 굵직굵직한 흥행작들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설부터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설 최고 흥행작은 '1번가의 기적'으로 200만여명을 동원했다.
      '투사부일체'와 비교해도 절반 이상 관객이 줄어버린 셈이다.

      올해도 지난해와 상황이 비슷하다. 한국 영화들이 박스 오피스를 석권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뚜렷한 외화가 없는 데다, 배급에서 양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데 기인한 바 크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달부터 꾸준한 흥행 행진을 벌이고 있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감독 임순례)를 제외하고는 '원스 어폰 어 타임'(감독 정용기), '더 게임'(감독 윤인호) 등 두 작품만 겨우 100만명 문턱을 넘었다.

      지난 2002년 이후 끊임없는 상승곡선을 그리던 한국 영화 총 관객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총 관객 수도 줄었다. 즉 '파이'가 작아진 셈인데, 연휴 특수를 노린 영화들이 한꺼번에 개봉되면서 공멸을 자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홍보 담당자는 "이젠 따로 대목도, 비수기도 없는 것 같다. 일단 극장을 찾는 사람 수가 줄어드니 어찌 해 볼 길이 없다"며 "그래서인지 딱히 성수기에 발 맞춰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적절히 틈새 시장을 치고 들어가려는 움직임이 많다. 정말이지 요즘같아서는 한가할 때 먼저 개봉하는 게 상책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 by 100명 2008. 2. 12. 1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