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위기’ 엄살만 떨지말고 중국을 노리자
데일리서프박정민 기자

▲ 영화 ‘집결호’ 중국 포스터

중국 극장가에 펑 샤오강 감독의 영화 ‘집결호’의 열기가 뜨겁다. 중국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내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블록버스터급의 영화 ‘집결호’는 지난 12월 20일 중국에서 개봉한 이후 현재까지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역대 중국영화 최고 흥행수입을 기록한 영화는 장이모 감독의 ‘영웅’으로 2500만 위안(약 430억 원)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2003년 이후 한동안 깨지지 않았던 이 기록은 2007년 12월 13일 개봉한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주연의 영화 ‘명장’(감독 진가신)이 2600만 위안을 넘어서면서 깨졌다. 그러나 이 기록을 ‘집결호’가 또 다시 경신한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해 중국 영화관의 매표수입이 전년보다 26퍼센트 증가한 4억 5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중국에서 제작된 영화는 402편으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만 2억 7300만달러에 달했다.

그야말로 중국영화산업이 황금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국 영화계는 영화 ‘색계’에 이어 ‘명장’과 ‘집결호’가 잇따라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자 중국영화산업의 르네상스를 맞았다며 크게 반기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중국 영화산업의 외적인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국이 미디어 부문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모든 수입영화는 중국영화그룹을 통해 배급되는데 연간 상영이 허용되는 외화는 20편에 불과하다. 게다가 당국의 까다로운 검열로 인해 노출수위가 짙은 영화는 해당 장면이 삭제된 채 상영되거나 아예 영화 자체를 상영조차 못하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당국의 수입영화 상영 제한에도 불구하고 중국 영화산업이 황금시장으로 떠오른 데는 수입영화의 진입 또한 한 몫 했다. 실제 지난해 중국에서 미국영화는 중국 영화보다 46% 많은 매출을 올렸으며 영화 ‘트랜스포머’는 중국 내에서 미국, 한국,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번째로 많은 흥행수입인 3820만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수입영화 통제에도 불구하고 좀 더 새로운, 그리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골라 보려는 것은 중국 관객들 또한 여느 나라의 관객들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함께 부유층과 젊은 층 사이에서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생활을 찾는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이 같은 흥행의 한 요인이 됐을 것이다.

이는 최근 ‘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한국영화계와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위기와 기회는 항상 공존하는 법. 그런 면에서 현재 연일 중국내 흥행수입을 경신하고 있는 영화 ‘집결호’가 중국의 화이브라더스와 한국의 MK픽처스가 공동 제작한 작품이라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이다. 또 ‘한류’라는 말을 생성해낸 것도, 그리고 ‘한류’열풍을 전 동남아시아로 퍼트릴 수 있게 한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비록 요사이 ‘한류’열풍이 잠잠해졌다고는 하나 이런 점에서 볼 때 현재 황금기를 맞고 있는 중국 영화산업 안에서 우리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제2의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by 100명 2008. 2. 9.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