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잔치 설레는 설연휴
최소 7∼8편이상 동시출격, 할리우드·중국대작과 한판 전쟁 공동전선
이혜린 기자
▲ 원스어폰어타임, 무방비도시,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설 연휴를 앞두고 한국 영화들의 동시 출격으로 ‘한국 영화 대폭풍’이 일어나고 있다.

이달 초 개봉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 ‘무방비 도시’가 아직도 꾸준히 관객들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오는 31일 무려 네 편의 걸출한 한국 영화가 동시 개봉된다. 설 연휴까지 또 다른 신작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는 상황. 설 연휴가 되면 적어도 7∼8편의 한국 영화가 극장에 내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좋게 말하면 한국 영화가 ‘골라보는 재미’를 갖춘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러다 다 같이 죽는다’는 일각의 우려도 없지 않다. 히트작이 없었던 지난해 추석처럼, 다 ‘고만고만’한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31일 개봉되는 네 편의 영화는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전쟁’을 치를 전망이다. 각자 개봉됐으면 모두 1위를 했을만한 영화들이 동시에 맞붙었다는 평. 1930∼4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 ‘라듸오 데이즈’와 ‘원스어폰어타임’이 나란히 개봉되고, 휴먼드라마를 표방한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이미 입지를 굳힌 ‘우생순’과 힘겨운 씨름에 들어서야 한다. 그나마 ‘더 게임’이 다른 경쟁작과 확연히 다른 장르로 일부 관객에게 확실히 어필해둔 상태. 한 관계자는 “과열 경쟁이라는 걸 알지만, 설 연휴를 놓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설 연휴가 시작되는 2월5일에는 가슴뭉클한 가족영화 ‘마지막선물’과 로맨틱드라마 ‘6년째 연애중’도 추가된다. 제대로 된 개봉관도 확보하지 못한 채 후발주자에게 밀리는 작품도 4∼5편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영화간의 스코어 경쟁은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우 허준호는 “한국영화 간의 ‘전쟁’은 말도 안되는 표현”이라면서 “어떤 한국영화가 잘 되고, 어떤 한국영화가 안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말했다. 이어 “한국영화가 똘똘 뭉쳐, 총 관객수가 외국영화의 총 관객수에 밀리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한국 영화끼리 아웅다웅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진짜 전쟁’은 한국영화 간이 아니라 외국 영화와 벌이게 됐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차라리 한국 영화한테 지면 낫다’는 반응. 미국드라마 ‘로스트’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유명제작자 J.J. 에이브람스의 재난영화 ‘클로버필드’가 신비주의 전략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증폭시켜놓은 가운데, 이연걸·유덕화·금성무가 총출동하는 중국대작 ‘명장’도 개봉 준비 중이다. 또 국내 10∼20대 사이에 탄탄한 팬층을 거느린 ‘데스 노트’의 속편 ‘데스 노트 - L: 새로운 시작’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한 국내영화의 관계자는 “한국 영화끼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더 큰 의미에서 ‘어떻게든 외국 영화에 밀려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경쟁자들끼리도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by 100명 2008. 2. 3. 1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