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었던 극장가, 새해 들어 해빙 시작 [연합]
새해 개봉 영화 3편, 벌써 100만 관객 돌파
새해 개봉한 영화 3편이 나란히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지난해 말 극장가에 몰아닥쳤던 매서운 추위가 조금씩 풀리는 기미다.

22일 각 영화 제작ㆍ배급사에 따르면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은 10일 개봉한 이후 11일 만에 전국에서 170만 명을 동원했다.

이 영화는 개봉 둘째 주말에도 첫 주말 못지 않게 많은 관객을 맞는 등 꾸준히 기세를 몰고 있어 200만 관객 돌파가 머지 않아 보인다.

김명민과 손예진, 두 스타를 내세운 '무방비도시'는 '우생순'과 같은 날 개봉해 '또 한국영화끼리 제살 깎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지만 개봉 2주째 주말에 100만 관객을 가뿐히 넘어 108만 명이란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연속 2위를 달리고 있다.

3일 개봉해 새해 처음 박스오피스 정상을 밟았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꿀벌대소동' 역시 유명 MC 유재석에게 더빙판 목소리 주연을 맡기면서 지난 주말까지 103만4천 명을 끌어모았다. 100만 명 이상 동원은 애니메이션으로는 꽤 좋은 성적이다.

지난 연말에는 '세븐데이즈'가 11월 중순 개봉해 한달 여 만에 200만 명을 돌파한 것을 마지막으로 '내 사랑' '용의주도 미스 신' '헨젤과 그레텔' '가면' 등 크리스마스ㆍ연말 시즌을 노렸던 영화들이 줄줄이 턱없이 좋지않은 성적으로 고배를 마셨다. '색즉시공 시즌 2' 역시 흥행은 했지만 전편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면서 국내 영화계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그나마 관객의 눈길을 붙잡은 것은 할리우드 영화들. '전체 관람가' 등급의 판타지 영화 '황금나침반'이 지난해 말 방학 시즌을 맞아 개봉 8일 만에 200만 명을 넘겨 현재 3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어거스트 러쉬' 역시 예상외로 200만 명을 넘어서는 흥행작이 됐다. '내셔널 트레저-비밀의 책' 도 100만 관객을 넘겼다.

기록면에서 볼 때 2006년말 개봉했던 '미녀는 괴로워'가 600만 명,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4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빅히트작 두 편이 나왔던 작년 이 시기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연말 관심이 뚝 끊겼던 한국영화를 중심으로 극장을 찾는 발길이 늘어난 데다 앞으로 '더 게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라듸오 데이즈' '원스 어폰 어 타임' '6년째 연애중' '마지막 선물' 등 설 연휴(2월6~8일) 특수를 노린 영화들이 개봉 대기하고 있어 극장가의 온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화로도 '명장' '클로버필드' '찰리 윌슨의 전쟁' '에반게리온 서' 등이 1~2주 차이로 개봉할 예정으로 많은 작품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게 될지, 더 많은 손님을 극장으로 끌어당기는 원동력이 될지 역시 관심이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박물관이 살아있다'와 '미녀는 괴로워'가 있던 지난해 1월에 비하면 극장가 전체가 나아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난 연말부터 끌어 온 흥행작들이 없는 만큼 새해 개봉한 작품들의 선방이 눈에 띄는 것 같다"며 "설 기대작들이 관객을 골고루 나눠 갖는 것보다는 한 작품이 앞으로 튀어나가 다른 영화를 이끄는 식으로 전체 극장가 분위기를 살렸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by 100명 2008. 1. 23. 1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