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장 두 ‘산맥’ 한 줄기 된다

CJ CGV·롯데시네마 합작 법인 설립

“시장 장악 속셈” 등 뒷말 무성

국내 최대의 멀티극장 체인인 CJ CGV(대표 김일천)와 롯데시네마(대표 김광섭)가 손을 잡았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물고 무는 경쟁 관계에서 동업자로 변신한 것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50 대 50의 지분을 투자해 ‘디시네마코리아’라는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디시네마코리아는 내년 초부터 국내 영화관에 디지털시네마 영사 시스템을 보급할 예정이다.

이른바 ‘필름 없는 영화관’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배급사로부터 필름 프린트 비용에 상응하는 ‘가상 프린트 비용’을 저렴하게 받은 후 디지털 영사 장비를 공급하는 형태의 디지털시네마를 보급한다.

이렇게 되면 해당 영화관은 싼 가격으로 디지털시네마 구축이 가능해 초기 장비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양사는 디지털 영사기를 장비가의 약 3분의 1 수준에 보급하고 10년 뒤 해당 영화관으로 장비 소유권을 이전할 예정이다.

현재 양사의 스크린 수는 CJ CGV 4백30개, 롯데시네마 3백개이다. 국내 총 스크린 수가 2천개임을 감안하면 양사가 36.5%의 스크린 수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영화계 일각에서는 양사의 합작 법인 설립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디시네마코리아 설립을 CGV와 롯데시네마가 영화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울소재 한 중소 영화사 대표는 “겉으로는 디지털시네마 영사기와 서버의 대량구매를 통해 구매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외 영화의 디지털 배급망을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양사 네트워크 구축해 디지털 배급망 독점 불 보듯

영화계에서 보는 CJ CGV와 롯데시네마의 영화 시장 장악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버츄얼프린트피(영화 전송 및 상영료)를 영화사로부터 비싼 가격에 받으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디지털시네마를 설치한 업체가 디지털시네마 영사기와 서버를 구입한 투자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 버츄얼프린트피를 영화사로부터 받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디지털시네마 설치 업체가 독점적 지위에 있게 되고 버츄얼프린트피를 높게 받을 수 있다. 즉 디시네마코리아는 영세한 영화사들을 상대로 강력한 가격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디지털 배급망 및 유통망 장악이다. 디지털시네마 시스템이 구축되고 네트워크가 연결되면 영화사는 그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영화를 극장에 공급할 수 없게 된다. 거대 디지털 유통망을 확보

시사저널 김동영
하고 있는 디시네마코리아에 완전 종속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CGV와 롯데시네마가 각각 최대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를 거느리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가 기존의 배급력과 디지털 유통망을 결합하면 영화사는 롯데와 CJ에 완전히 예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양사는 영화 분야에서는 막강한 독점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셋째, 디지털시네마 설치를 내세워 개별 극장을 손쉽게 체인점으로 바꾸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시설 투자비와 인건비가 직접 투자되는 직영점보다는 브랜드만 빌려주고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챙길 수 있는 위탁점 확장을 꾀할 수도 있다.

각 지역의 개별 극장을 포섭해 위탁점으로 전환시키면 영화 시장 독점을 더욱 공고하게 할 수도 있다.

영세 규모의 중소 극장들은 디지털시네마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막대한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개별 극장들에 대해 시장가의 25%만 주면 디지털 영사기와 서버를 설치해준다는 것은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이를 통해 CGV와 롯데시네마의 체인점으로 전환시켜 영화관을 양사가 독점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계 “공정 경쟁 해친다”…양사 “배급 사업과 관련 없다” 반박

따라서 극장 업계에서는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독자적으로 디지털시네마 영사기와 서버를 설치할 수 있는 능력과 자금력을 갖춘 회사인데도, 합작 법인을 설립한 것은 영화 시장의 공정한 거래를 해친다고 보고 있다. 거대 기업에 의한 독과점 체제가 되어 영화 업계의 공정 경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백순 서울시 극장협회 상무는 “대기업의 합작을 좋게 볼 수는 없고 우려스러운 측면이 많다. 만약 거대 자본을 내세워 영화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면 절대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사실이 아니라며 펄쩍 뛰고 있다. CJ CGV 홍보팀 김일진 과장은 “개별 극장을 대상으로 위탁점 영입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디시네마코리아는 디지털시네마 영사 시스템

ⓒ시사저널 이재호

극장 업계는 최근 CGV와 롯데시네마가 벌이는 합작 사업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을 영화사에 보급하는 사업만을 진행한다. 네트워크를 통한 디지털 배급망 장악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강조했다.

버츄얼프린트피를 비싼 가격에 받으려는 의도라는 것에 대해서는 “버츄얼프린트피는 필름 프린트 제작비에 상응하는 대가이다. 기존 필름 프린트 제작비에 비해 약 절반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할 것이다. 그리고 개별 극장 체인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롯데시네마도 마찬가지이다. 홍보팀 임성규 과장은 “디시네마코리아는 디지털 영사기를 영화관에 보급하는 사업을 한다. 배급 사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디지털 배급망과 유통망 장악은 시스템적으로 어렵다. VPF(가상 프린트 비용)는 영화 전송과 상영료에 대한 의미가 아니다. 디지털 영사기를 보급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금액을 책정한 것이지 배급사로부터 비싼 가격으로 큰 이익을 보기 위한 비용이 절대 아니다. VPF도 기존 필름 프린트 제작비(1백50만~2백만원)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오히려 배급사는 싼 가격으로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속하고 편리한 영화 콘텐츠를 배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디지털시네마는 영화를 필름이 아닌 디지털 파일로 제작해 네트워크를 통해 영화관에 전송한 뒤 디지털 영사기로 상영하는 방식이다. 영화가 파일로 보관되어 반복 상영해도 고화질 영상을 유지할 수 있으며 제작, 현상, 자막, 배송 등 단계별로 필름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2005년부터 일부 영화관을 중심으로 디지털시네마 사업을 진행해왔다. 현재 디지털 영사기 보급률은 전체 스크린 중 약 5% 수준인 100여 개에 불과하다

영화 시장 두 ‘산맥’ 한 줄기 된다

CJ CGV·롯데시네마 합작 법인 설립

“시장 장악 속셈” 등 뒷말 무성

국내 최대의 멀티극장 체인인 CJ CGV(대표 김일천)와 롯데시네마(대표 김광섭)가 손을 잡았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물고 무는 경쟁 관계에서 동업자로 변신한 것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50 대 50의 지분을 투자해 ‘디시네마코리아’라는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디시네마코리아는 내년 초부터 국내 영화관에 디지털시네마 영사 시스템을 보급할 예정이다.

이른바 ‘필름 없는 영화관’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배급사로부터 필름 프린트 비용에 상응하는 ‘가상 프린트 비용’을 저렴하게 받은 후 디지털 영사 장비를 공급하는 형태의 디지털시네마를 보급한다.

이렇게 되면 해당 영화관은 싼 가격으로 디지털시네마 구축이 가능해 초기 장비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양사는 디지털 영사기를 장비가의 약 3분의 1 수준에 보급하고 10년 뒤 해당 영화관으로 장비 소유권을 이전할 예정이다.

현재 양사의 스크린 수는 CJ CGV 4백30개, 롯데시네마 3백개이다. 국내 총 스크린 수가 2천개임을 감안하면 양사가 36.5%의 스크린 수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영화계 일각에서는 양사의 합작 법인 설립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디시네마코리아 설립을 CGV와 롯데시네마가 영화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울소재 한 중소 영화사 대표는 “겉으로는 디지털시네마 영사기와 서버의 대량구매를 통해 구매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외 영화의 디지털 배급망을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양사 네트워크 구축해 디지털 배급망 독점 불 보듯

영화계에서 보는 CJ CGV와 롯데시네마의 영화 시장 장악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버츄얼프린트피(영화 전송 및 상영료)를 영화사로부터 비싼 가격에 받으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디지털시네마를 설치한 업체가 디지털시네마 영사기와 서버를 구입한 투자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 버츄얼프린트피를 영화사로부터 받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디지털시네마 설치 업체가 독점적 지위에 있게 되고 버츄얼프린트피를 높게 받을 수 있다. 즉 디시네마코리아는 영세한 영화사들을 상대로 강력한 가격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디지털 배급망 및 유통망 장악이다. 디지털시네마 시스템이 구축되고 네트워크가 연결되면 영화사는 그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영화를 극장에 공급할 수 없게 된다. 거대 디지털 유통망을 확보

시사저널 김동영
하고 있는 디시네마코리아에 완전 종속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CGV와 롯데시네마가 각각 최대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를 거느리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가 기존의 배급력과 디지털 유통망을 결합하면 영화사는 롯데와 CJ에 완전히 예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양사는 영화 분야에서는 막강한 독점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셋째, 디지털시네마 설치를 내세워 개별 극장을 손쉽게 체인점으로 바꾸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시설 투자비와 인건비가 직접 투자되는 직영점보다는 브랜드만 빌려주고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챙길 수 있는 위탁점 확장을 꾀할 수도 있다.

각 지역의 개별 극장을 포섭해 위탁점으로 전환시키면 영화 시장 독점을 더욱 공고하게 할 수도 있다.

영세 규모의 중소 극장들은 디지털시네마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막대한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개별 극장들에 대해 시장가의 25%만 주면 디지털 영사기와 서버를 설치해준다는 것은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이를 통해 CGV와 롯데시네마의 체인점으로 전환시켜 영화관을 양사가 독점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계 “공정 경쟁 해친다”…양사 “배급 사업과 관련 없다” 반박

따라서 극장 업계에서는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독자적으로 디지털시네마 영사기와 서버를 설치할 수 있는 능력과 자금력을 갖춘 회사인데도, 합작 법인을 설립한 것은 영화 시장의 공정한 거래를 해친다고 보고 있다. 거대 기업에 의한 독과점 체제가 되어 영화 업계의 공정 경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백순 서울시 극장협회 상무는 “대기업의 합작을 좋게 볼 수는 없고 우려스러운 측면이 많다. 만약 거대 자본을 내세워 영화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면 절대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사실이 아니라며 펄쩍 뛰고 있다. CJ CGV 홍보팀 김일진 과장은 “개별 극장을 대상으로 위탁점 영입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디시네마코리아는 디지털시네마 영사 시스템

ⓒ시사저널 이재호

극장 업계는 최근 CGV와 롯데시네마가 벌이는 합작 사업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을 영화사에 보급하는 사업만을 진행한다. 네트워크를 통한 디지털 배급망 장악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강조했다.

버츄얼프린트피를 비싼 가격에 받으려는 의도라는 것에 대해서는 “버츄얼프린트피는 필름 프린트 제작비에 상응하는 대가이다. 기존 필름 프린트 제작비에 비해 약 절반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할 것이다. 그리고 개별 극장 체인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롯데시네마도 마찬가지이다. 홍보팀 임성규 과장은 “디시네마코리아는 디지털 영사기를 영화관에 보급하는 사업을 한다. 배급 사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디지털 배급망과 유통망 장악은 시스템적으로 어렵다. VPF(가상 프린트 비용)는 영화 전송과 상영료에 대한 의미가 아니다. 디지털 영사기를 보급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금액을 책정한 것이지 배급사로부터 비싼 가격으로 큰 이익을 보기 위한 비용이 절대 아니다. VPF도 기존 필름 프린트 제작비(1백50만~2백만원)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오히려 배급사는 싼 가격으로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속하고 편리한 영화 콘텐츠를 배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디지털시네마는 영화를 필름이 아닌 디지털 파일로 제작해 네트워크를 통해 영화관에 전송한 뒤 디지털 영사기로 상영하는 방식이다. 영화가 파일로 보관되어 반복 상영해도 고화질 영상을 유지할 수 있으며 제작, 현상, 자막, 배송 등 단계별로 필름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2005년부터 일부 영화관을 중심으로 디지털시네마 사업을 진행해왔다. 현재 디지털 영사기 보급률은 전체 스크린 중 약 5% 수준인 100여 개에 불과하다

by 100명 2008. 1. 22.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