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개봉 일주일 만에 전국 관객 100만명을 불러모으며 흥행세를 달리고 있다. |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는 지난 18일 현재까지 122만명을 동원하며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설 연휴 시즌 관객몰이까지 노리고 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연출자는 영화 `세친구`와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 피곤한 일상을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삶을 절제된 시선으로 들여다보며 깊고 긴 여운을 남긴 임순례 감독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도 자신의 색깔에 좀 더 "대중적인 화법"을 입혀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임순례 감독은 한국영화계 대표적인 여성감독. 1996년 `세친구`로 데뷔한 뒤 한국영화의 한 흐름을 주도해왔으며 해외에까지 이름을 알렸다.
사실 여성감독의 영화가 대중적 흥행을 이끌고 있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지난 2002년 이정향 감독은 영화 `집으로`로 400만명이 넘는 관객의 지지를 얻었고 그에 앞서 1998년 `미술관 옆 동물원`을 통해서도 그 대중적 감각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감독은 흥행면에서는 그닥 커다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 같은 현상으로 충무로는 상업적 측면에서 여성감독에 대한 일정한 선입견을 버리지 않았고 이에 따라 여성감독들은 상대적으로 연출의 기회를 쉽게 갖지 못하기도 했다.
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이송희일 감독은 자신이 쓴 글을 통해 "좋은 문화란 무릇 다양한 소수자들이 매체를 통해 자기 삶을 성찰하는 기회가 주어지고 또 그것을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일 것이다"면서 "그런 점에서 ‘충무로 여성감독 실종 사태’는 분명 우리 문화의 천박함을 경고하는 어떤 단호한 경종이디"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신 여성감독들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작품적 완성도를 높여왔고 이는 한국영화의 또 다른 성과로서 기록된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들의 활약은 눈에 띈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4인용식탁`의 이수연,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 `...ing`의 이언희, `오로라공주`의 방은진, `두번째 사랑`의 김진아 감독 등 젊은 여성감독들은 각기 다른 시선과 개성으로 관객에게 다가갔다.
또 최근에는 영화 `궁녀`의 김미정 감독이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의 영화를 통해 색다른 영화 만들기를 시도했고 이는 호평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여성감독들의 성과에 임순례 감독은 또 다시 `흥행`이라는 상업적 성과를 얹어놓고 있다.
제작이 녹록지않은 스포츠영화의 외피로서 휴먼드라마의 감동을 담아낸 임 감독은 "금메달이 아니라면 눈길도 주지 않는 풍토 속에서 금메달 못지 않은 아니 금메달보다 더 귀한 은메달을 일궈낸 아줌마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연출의 변을 전했다.
자칫 명징한 페미니즘 혹은 `여성영화`라는 섣부른 편견을 유감없이 깨뜨리는, 여성감독들의 이 같은 영역 확장은 한국영화를 풍부하게 하는 또 하나의 힘이 되고 있다.
그리고 비록 흥행이라는 "금메달은 아니어도 금메달 못지 않은" 작품적 성과로서 더욱 많은 여성감독들이 등장해 한국영화를 풍부하게 하길 기대한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