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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방송.통신 서비스 한.일 비교
(서울=연합뉴스) 류현성 기자 = 독자적인 통신방식(PHS)을 고집하다 세계시장에서 고립됐던 일본이 차세대 이동통신(WCDM) 도입을 계기로 잠에서 깨어나 전세계 방송.통신 서비스 주도권을 잡기위해 환골탈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선전화는 물론 이동통신까지 시장 정체 현상을 빚으며 신규 투자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으며, 수년간 논란을 벌이던 IPTV도 이제 법제화 마지막 단계에 있으나 지상파TV 실시간 재전송 여부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어 언제 본 궤도에 오를지 불투명한 상태이다.
우리나라를 IT강국으로 끌어올리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던 초고속인터넷 역시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 투자에서는 앞섰으나 그 이후 더욱 빠른 속도를 보장하는 댁내광가입자망(FTTH;Fiber To The Home) 분야에서는 이미 일본에 뒤져있다.
기대가 컸던 인터넷전화번호이동제도,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도입 등의 주요 정책은 정부 조직개편과 장기간에 걸친 국회공전으로 답보 상태에 머물러 한국의 방송통신 산업 진흥을 위한 로드맵이 거의 실종됐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차세대 방송.통신 서비스를 비교함으로써 방통융합 서비스 강국 코리아로 재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는 올 초 그동안 유지해오던 PHS 방식의 통신서비스를 정식 중단했다. 더이상의 고립을 피하고 3세대 이동통신 방식인 WCDMA에 더욱 주력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NTT도코모에 이동통신망 개방을 명령, 이동통신 시장에 신규사업자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모바일 등 일본 3대 이동통신 회사의 지배력이 흔들리면서 소비자 편익 차원의 요금경쟁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를 시작으로 도코모, KDDI 등 통신사업자들은 최근 인터넷망 및 이동통신망과 `펨토셀(Femtocell)'을 결합해 빠르면 9월부터 유무선통합 서비스에 나선다는 방침 아래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펨토셀이란 1천조분의 1을 의미하는 펨토(Femto)와 이동 통신에서 1개 기지국이 담당하는 서비스 구역단위를 뜻하는 셀(Cell)을 합친 이름으로 기존의 이동 통신서비스 반경보다 훨씬 작은 지역을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이것은 초고속인터넷 모뎀처럼 생긴 초소형 기지국을 가정 내 유선 IP망에 연결해 휴대전화로 유무선 통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유무선 컨버전스 서비스를 위한 대안 네트워크 기술로 평가받는 초소형 통신중계기인 펨토셀(FemtoCell)은 이미 유럽의 여러 통신사들도 도입에 나서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나라 통신회사들도 펨토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으나 펨토셀을 이용한 유무선 융합 서비스 제공은 통신 시장경계를 모호하게 해 유무선 통신 사업자간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법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선뜻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SK텔레콤과 KTF를 중심으로 3.5세대 이동통신인 HSDPA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고, 가입자 기반도 1천200만을 넘어서는 등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와이브로(휴대인터넷)는 상용화한지 2년이 넘었지만 가입자수에서나 인프라 면에서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더구나 와이브로 사업자들의 투자이행 점검이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정부도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 앞으로 `인터넷 강국'이라는 수식어도 일본에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
당장 네트워크 측면만 봐도 일본은 NTT의 적극적인 공세를 앞세워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주력상품인 ADSL보다 훨씬 속도가 빠른 FTTH(댁내광가입자망)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해왔으며 2006년말 FTTH 가입자가 7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은 또 올 2월 유선 광 통신과 필적하는 속도로 가정이나 사무실에 초고속 인터넷 연결을 제공할 수 있는 `키즈나(KIZUNA)'라는 통신위성을 발사했다. 이 위성은 일본 정부의 e-Japan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며, 이 프로젝트는 세상에서 가장 앞선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초고속 인터넷 위성 발사를 통해 가정에서 하향 속도 155Mbps, 상향 속도 6Mbps까지의 광대역 인터넷 연결을 제공할 수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 인터넷은 BcN(광대역통합망), FTTH, 기가급(Gbps)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속도 경쟁이 세계시장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다 우리나라도 BcN을 적극 추진중이어서 당장 일본에 뒤처질 이유는 없다.
하지만 빠른 인터넷 속도와 사업자 경쟁에 의한 요금 인하로 인해 인터넷 도메인 수 역시 일본이 한국을 앞질렀다.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의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인 `.jp' 등록 수는 100만 3천285건으로 100만 건을 돌파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개인이나 단체에서 주로 사용하는 `.kr'수는 93만3천188개로 일본보다 약 7만 개 가량 적었다.
◇ 방송 및 방통융합 서비스 = 대표적인 방송통신 융합서비스인 IPTV에서도 한국은 일본에 뒤진 상태이다.
올해를 IPTV서비스 원년으로 규정한 일본은 법.제도의 정비를 끝내고 IPTV 서비스 규격의 통일화를 논의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다. 이 같은 서비스 규격 통일 노력은 가입자 유치에 장벽이 되고 있는 셋톱박스 등의 규격을 통일해 IPTV 서비스 보급에 탄력을 가하기 위해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KT의 메가TV,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가 서로 다른 셋톱박스를 사용해 이를 호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일본의 IPTV 서비스 표준화 포럼엔 NTT.NTT라라.KDDI.소프트뱅크BB 등 통신사업자, 아사히TV.도쿄방송.일본텔레비전방송망.일본방송협회(NHK).후지TV 등 TV방송 사업자, 샤프.소니.도시바.히타치제작소.마쓰시타전기산업 등 가전업체가 참여했다.
포럼은 8월 말까지 전가전 메이커 공통의 IPTV 신규격 버전 1.0을 마련할 예정이며, 버전1.0을 준수한 셋톱박스와 TV는 연내에 시판될 전망이다.
방통융합 서비스의 또다른 형태인 일본식 지상파DMB인 `원세그'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원세그(1seg)란 디지털방송이 6MHz대역 한 개 채널을 13개 `세그멘트(segment)'로 분할해 영상이나 데이터, 음성 등을 송출하는데 그중 1개 세그멘트만 할당받아 모바일용 방송을 하는 일본식 지상파DMB이다. 원세그는 12개를 HD방송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1세그먼트로 휴대전화 단말용 동영상 방송을 한다는 데서 이름지어졌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원세그 대응 휴대전화 단말기 출하 대수가 서비스 개시 1년 4개월만에 1천만대를 돌파한 1천177만5천대를 기록했다. 한국의 지상파DMB가 광고 등 수익모델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일본의 지상파DMB인 `원세그'는 본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일본은 또 원세그 기술의 고립화를 막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브라질에 그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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