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급산업 移通社로 무게이동?

SKT-KT 배급시장 진출 원년

‘우생순’ 흥행 이어 잇단 개봉

신규진입 성공 안착 주목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행순’)의 흥행은 한국영화산업사에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이동통신사가 영화배급시장에 진출한 원년 첫 ‘대박작’이 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개봉해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핸드볼 소재의 영화 ‘우생순’(감독 임순례, 제작 MK픽처스)을 두고 15일 한 영화 관계자가 한 말이다. 새해 초 극장가에 바람을 일으킨 ‘우생순’의 흥행은 한국영화산업의 판도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식품사업을 모태로 영화극장업과 배급업시장에 진출해 몇년간 영화시장을 이끌었던 CJ(CJ엔터테인먼트, CJ CGV)와 오리온그룹(쇼박스, 메가박스), 롯데(롯데엔터테인먼트, 롯데시네마) 간의 자존심 싸움이 이제 이동통신사의 2강인 SKT와 KT 간의 맞대결로 중심이동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영화계에서 나오고 있다.

잇따른 흥행 실패와 투자 위축으로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오랜만에 국내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우생순’은 싸이더스FNH의 작품이다. 영화 투자.제작.배급을 겸하는 싸이더스FNH는 KT의 계열사로 지난해 말 ‘용의주도 미스신’으로 영화 배급시장에 첫 진출했다. KT는 첫 영화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으나 불과 2편 만에 ‘잭팟’을 터뜨린 셈이다.

KT의 ‘선공’을 지켜본 SKT도 배급시장 진출을 앞두고 단단히 각오를 벼리고 있다. SKT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존 영화제작.배급사의 인력을 스카우트하며 한국영화사업본부의 진용을 꾸렸고 오는 31일 개봉하는 ‘원스어폰어타임’(감독 정용기, 제작 윈엔터테인먼트)으로 배급시장 전면에 나선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KT의 세 번째 배급작인 ‘라듸오데이즈’(감독 하기호, 제작 싸이더스FNH)도 개봉해 처음으로 이동통신사 간의 흥행대결이 펼쳐진다. 더구나 박용우.이보영 주연의 ‘원스어폰어타임’과 류승범.김사랑 주연의 ‘라듸오데이즈’는 모두 1930~40년대 일제 치하라는 시대배경을 공유하고 있고 코미디의 색깔이 짙은 장르라는 점에서 영화계와 팬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이보영과 김사랑이 맡은 여자주인공의 직업까지 재즈싱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면모를 가진 영화로 SKT와 KT가 첫 기선제압을 위한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이제까지 대기업 진출은 한국영화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왔다. 삼성과 대우의 영화산업 진출(92~96년)과 CJ-오리온-롯데의 3강구도(96~2006년)에 이어 SKT와 KT 등 이동통신사의 가세는 ‘3차 대기업 진출’로 꼽힌다. 모바일, IPTV 등 첨단 플랫폼을 소유한 이동통신사의 ‘콘텐츠 전쟁’이 CJ, 오리온, 롯데 등 기존 대기업 계열 영화사들과 어떤 ‘승부’를 벌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by 100명 2008. 1. 17. 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