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명화들 먼지 털고 극장으로
알토란 같은 ‘옛 영화’제 셋
» 최후의 증인
<토요명화> 등 옛 영화를 틀어주던 방송 프로그램도 문을 닫고, 비디오가게에서는 10년은커녕 몇년 전 작품도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옛날 영화를 만날 기회가 봉쇄된 상황에 영화팬들의 불만이 크다.

다행히 연초에 옛 영화들을 특별한 주제로 묶은 작은 영화제들이 관객의 갈증을 풀어줄 것 같다. 한국의 대표적인 감독들이 곱씹는 추억의 명화, 한국 고전 추리물, 일본 장르 영화의 기념비들을 스크린에 되살리는 작지만 알찬 영화제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박찬욱 감독·김혜수 추천영화 볼까

» 영화인들이 꼽는 최고의 영화는
■ 감독들의 선택 = 8일부터 2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유명 감독과 배우, 평론가들이 ‘내 인생의 영화’를 골라 추천하는 독특한 방식의 영화제다. 전문가들이나 좋아하는 듣도보도 못한 어려운 영화만 트는 건 아닐까?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한 유명 영화들도 들어있다.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이 꼽은 <우묵배미의 사랑>(1990)은 앳된 최명길과 박중훈의 연기가 아직도 맣은 관객들의 추억에 남아있는 영화다. <달콤한 인생>의 김지운 감독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문제작이자 대표작 <택시 드라이버>(1976)를 골랐다. 박찬욱 감독의 선택은 이탈리아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순응자>(1970). 그는 “상업영화와 독창적 영화가 함께 있는 이탈리아 영화계 상황은 우리와 비슷하면서 동시에 배울 점을 보여준다”며 “<순응자>는 코엔 형제가 영화를 찍기 전에 항상 보는 이탈리아 영화”라고 설명했다.

배우들이 고른 영화들에선 그 배우의 이미지가 엿보인다. 김혜수는 여배우 지나 롤랜즈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돋보이는 <글로리아>(1980)를 뽑았다. 류승범이 고른 영화는? 키아누 리브스와 리버 피닉스가 흔들리는 청춘을 연기한 <아이다호>(1991)이다.

한국추리물 걸작 원판상영 한다고?

» (위부터) 우묵배미의 사랑 / 순응자 / 택시드라이버
■ 한국 추리물의 재발견=장르물의 고전, 일본에만 있는 게 아니다. 2일~2월28일까지 ‘장르와 하위 영화-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전’에서는 <최후의 증인> 등 한국 영화의 추리물을 모았다. 80년대 한국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1980)은 여러 감독들이 주저없이 걸작이라고 손꼽는 작품이다. 김성종의 추리소설이 원작으로 배창호 감독이 2001년 <흑수선>이란 제목으로 다시 만들기도 했다. 개봉 당시 검열 탓에 2시간50분 분량에서 1시간10분이 잘려나갔다가 이번에야 원판 상영을 하게 됐다.

<불나비>(1965)에서는 느와르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치명적인 여자 캐릭터로 나오는 김지미의 연기를 볼 수 있다. 일생 동안 100편을 만든 임권택 감독이 미스터리 영화라고 빼놓았을 리 없다. 문희, 최무룡 등 대스타들이 출연하는 <속눈섭이 긴 여자>(1970)가 그의 작품이다. 기생 간첩 김소산(윤정희)과 그를 쫓는 특별수사본부 오제도 검사(최무룡)의 이야기인 <특별수사본부> 시리즈(1973)는 반공물과 수사물을 버무린 것으로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 1968년작 <암굴왕>은 김지미, 남궁원, 허장강 등 당대 대스타를 내세워 치밀한 복수극을 보여준다. koreafilm.or.kr.

액선·에로 일본 장르영화도 있네

■ 일본 장르 영화의 기념비들=액션, 에로, 다큐멘터리 등 일본 장르영화의 주요작 10편을 22일부터 3월25일까지 서울 명동 시큐엔에서 열리는 ‘일본영화 걸작선’에서 볼 수 있다. 다카구라 겐의 출세작 <협객전>(1964)은 한순간에 상대의 목을 치는 일본식 액션을 보여주며 ‘야쿠자 영화’의 고전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의리 없는 전쟁>(1973)는 일본 영화에서 액션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작품으로 꼽힌다.

야한 스릴러로는 <모래의 여인>(1964)이 있다. 곤충 연구가인 교사가 표본 수집을 하려고 모래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여자가 혼자 사는 낯선 집에 머물다가 벌어지는 이야기다. 다큐멘터리 <천황군대는 진군한다>(1987)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뉴기니 전선에서 일어난 병사들 사이 식인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무정부주의자 오카키 겐조의 활동을 따라간다.

by 100명 2008. 1. 8.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