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를 하면 왜 영화가 공짜? 각종 영화 할인 요금제의 득과 실

필름 2.0|기사입력 2008-01-07 17:42


지난해 7월 이동통신사의 극장 할인 제도가 없어졌지만 그 빈틈을 노리는 이들이 많다. 신용카드사의 다양한 할인 제도가 대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내놓은 영화 요금제나 예매 할인 등 새로운 서비스도 관객들을 유혹하고 나섰다. 관객에겐 대체 얼마나 널리 이로울까?

요지경이다. 한쪽에선 영화관람료 인상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데, 한쪽에선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영화를 보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찾고 있다. 실제로 작년 7월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의 멀티플렉스 극장 할인 제도가 없어진 후에도 신용카드사와 멀티플렉스 극장의 제휴는 꾸준히 높아져 30% 정도 증가했다. CJ CGV의 경우는 120여 개의 신용카드로 할인이 가능하며, 메가박스도 2006년에 비해 제휴 신용카드의 비율이 20% 늘었다. 신용카드와 극장의 이러한 적극적인 협력에 이통사도 자신의 위치를 다시 찾아가려고 애쓰고 있다. 그 증거가 이통사 카드 할인을 다시 부활시키기 위한 움직임과 함께 다양한 요금 제도를 통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KTF SHOW의 경우는 ‘SHOW CGV 영화요금’이라는 요금제를 시행 중이며, 다른 이통사들도 예매 사이트를 통해 할인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SKT는 자사 예매 사이트인 ‘씨즐’을 통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저변을 확대해나가고 있고, LG텔레콤도 2007년 CGV와 손잡은 데 이어 2008년엔 맥스무비와 함께 ‘오픈존’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이제 이통사의 영향력은 매표소가 아닌 온라인 예매 사이트로 옮겨져 그 위력을 더욱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해 7월까지 이통사 카드를 통한 극장 할인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에겐 쏠쏠한 재미였다. 휴대폰이 국민 모두의 필수품이 된 탓에 이통사 카드로 누릴 수 있는 각종 서비스는 마치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범국민적인 혜택 같은 느낌이었다. SKT와 KTF, LG텔레콤 등의 대표적인 이통사는 경쟁적으로 멀티플렉스 극장과 손잡고 극장 할인 서비스를 늘려갔고, 관객들은 서랍에서 잠자던 부모님의 카드까지 활용해가며 열심히 영화를 보러 다녔다. 하지만 할인된 금액의 부담 비율을 놓고 극장과 이통사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고, 이에 이통사는 멀티플렉스 극장 할인 서비스 자체를 폐지하고 단관 극장이나 지역 극장 등과의 연계만 유지했다. 이통사 카드 할인 서비스 폐지는 결국 관객들의 불만으로 이어졌고, 심지어 극장 가기를 귀찮게도 만들었다.

‘극장 관람=카드 할인’이라는 기본 공식이 뇌리에 박혀 있던 사람들은 제 돈 다 주고 영화를 봐야 한다는 생각에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을 받았고, 이통사 카드 할인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단관 극장이나 영세한 극장을 찾는 이들도 생겨났다. 이통사와의 결별 이후,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기존에 실시하던 신용카드 할인 제도의 비율을 조금씩 높이며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를 계속 유지했다. 휴대폰만큼이나 대중적인 신용카드는 과거 이통사 카드처럼 따로 확인하고 결제를 할 필요 없고, 후차감 방식이어서 극장 측에서 따로 신경 쓸 일도 없어 빠르게 퍼졌다. 각 카드사는 신용카드 할인을 통해 톡톡한 홍보 효과를 거뒀다. 극장이야 좋은 영화가 상영돼야 오게 되지만, 카드 할인 자체는 새로운 카드 브랜드를 만들고 젊은 신용카드 가입자를 양산해냈다. 신한 STYLE 카드와 KB CGV 마니아 카드, CJ 현대카드 M, 롯데시네마 멤버십 롯데카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들 신용카드사는 특화된 서비스 혜택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브랜드의 카드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펼치고 있어 과거 이통사 카드에 필적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롯데의 경우는 롯데시네마와 롯데카드를 연결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는 등 적극적인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극장이 이통사의 카드 할인 이후 신용카드사와의 제휴를 늘려가며 할인 정책을 계속하는 것에는 한국영화 산업의 극장 중심적인 구조가 한몫한다. 관객을 오직 극장으로 오게 만드는 다양한 제도와 시스템만을 연구해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제작사와 극장주는 극장을 통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관객 역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를 원하기 때문에 극장 중심의 산업 형태는 더욱 공고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신용카드를 만들 수 없는 10대에게 각 멀티플렉스 극장은 극장 자체의 멤버십 카드로 혜택을 주고 있다. 대부분의 극장은 멤버십 카드와 신용카드의 중복 사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쪽의 할인과 다른 쪽의 적립, 혹은 관람권 구입과 극장 내 매점 이용 등의 형태로 다양한 활용도 가능하다. 사실, 각 극장의 멤버십 카드 활용은 멀티플렉스 극장이 생기면서 함께 태어난 제도다. 하지만 이통사 카드 할인에 가려 그 효과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과거와 달리 영화를 보기 위해 굳이 종로나 강남으로 나가지 않고 주택단지 곳곳에 들어선 멀티플렉스나 주변 극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제한적인 극장 멤버십 카드보다는 범용적인 이통사, 신용카드의 사용이 더 유용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통사 카드 할인이 없어지고 몇 개의 대형 멀티플렉스가 극장 사업을 장악하면서 멤버십 카드의 할인이나 포인트 제도는 극장 관람의 기본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지금 이통사의 신규 서비스들은 어떤 식으로 관객을 사로잡으려 하고 있을까? 여러 가지 이해관계로 이통사 카드 할인을 부활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KTF는 요금제를 통한 할인 서비스를 해결책으로 내놓고 있다. ‘SHOW CGV 영화요금’ 제도와 같은 생활밀착형 상품들이 대표적인 예. 특히 영화요금제의 경우는 ‘극장에서 쇼를 하라’는 광고 카피를 내세워 적극적인 홍보를 펼친 탓에 200일 만에 20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이 제도는 가입 즉시 전국 CGV 극장에서 매월 한 편의 영화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동반 관객도 5,000원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제도다. KTF 홍보팀의 장승훈 대리는 “청소년 요금제를 제외한 특정 요금제 중에서는 가장 반응이 좋은 요금 제도”라며 영화와 관련된 서비스가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에게 얼마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SKT의 ‘씨즐’과 같은 예매 사이트를 통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KTF는 아직 관람료 인상에 대한 조치나 전문 예매 사이트를 만들 계획은 없다”며 다른 이통사의 예매 사이트와 관람료 인상에 관해서는 추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KTF와 달리 SKT와 LG텔레콤은 온라인 영화 예매 사이트에 조금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온라인 영화 예매 시장이 지난해 4,2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과거 구매창구에서 누렸던 이통사들의 영향력을 예매 사이트로 옮기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특히 모바일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이통사의 경우는 모바일 영화 티켓을 적극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사할 계획이다. 모든 기능을 휴대폰에 모은다는 이들의 생각은 온라인과 연결해 하나하나 현실화되고 있고, 관객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내 손 안에서’ 고를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 다양한 할인 제도를 잘 파악만 한다면 온라인 예매 사이트 할인과 신용카드 할인 및 각 극장의 멤버십 카드 할인 등등 온갖 혜택을 누리며 ‘영화 거저 보기’를 누릴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무분별한 할인이 관객에게 ‘영화는 저렴한 놀이 문화’이라는 인식만 더 강하게 키워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문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할인받는 시대, 정말 이 모든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by 100명 2008. 1. 7. 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