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SKT 상무 사표에 얽힌 불편한 진실

‘천재소녀’ 윤송이 SK텔레콤 상무가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재계엔 그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윤 상무는 28살 나이에 최연소 임원으로 발탁, 화제를 모았던 인물. 이후 SK그룹은 물론 재계의 ‘신데렐라’로 우뚝 섰다. 게다가 연예인을 뺨치는 수려한 용모는 주변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랬던 그가 사직서를 냈다. 도대체 왜, 무슨 이유일까.

“이제 쉬고 싶습니다.”
윤송이 SK텔레콤 상무가 회사를 떠나면서 남긴 한마디다.
최근 SK텔레콤은 20대에 최연소 임원으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던 윤 상무가 지난달 24일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윤 상무가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당분간 쉬고 싶다는 뜻을 경영진에 전했다”며 “갑작스런 퇴사 결정에 회사는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사임 의사

재계에선 윤 상무의 사직 배경을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윤 상무가 근거 없는 소문에 시달렸을 때부터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윤 상무는 언론에 어처구니없는 자신의 기사가 많이 나와 정상적인 업무를 진행하기 힘들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귀띔했다.
실제 윤 상무는 올해 들어 악성 루머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설과 학력위조설 등이 그것이다.

지난 6월 윤 상무는 유명 게임업체 사장과의 결혼설에 시달렸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그 상대다. 김 사장은 ‘리니지’게임으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를 1997년 창업한 벤처기업인. 김 사장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주식의 시가 총액만 3천억원대에 달한다. 당시 일부 언론은 “윤 상무와 김 사장이 제주도 S호텔에서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갖는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결혼설은 IT업계 호사가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갔다. 2005년 이혼한 김 사장이 윤 상무를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로 영입하면서다. 이때부터 친분설이 결혼설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특히 김 사장이 지난해 7월 윤 상무에게 2008년 7월부터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 4천주(행사가 5만1천9백원 상당)를 부여한 데 이어 지난 3월엔 단 한 사람뿐인 사외이사에게 1억11만원이란 거액을 보수로 지급한다고 공시한 후 이들의 열애설은 본격화됐다. 또 두 사람이 일본 출장을 함께 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문은 급물살을 탔고, 급기야 증권가의 ‘찌라시’(정보지)를 통해 구체적인 결혼설이 유포됐다.

이쯤 되자 SK텔레콤과 엔씨소프트는 동시에 진화 작업에 나섰다. 이들은 보도자료에서 “윤 상무와 김 사장은 결혼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으며,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결혼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 오보 소동 직후 윤 상무는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회사에 누를 끼쳐 그만두겠다”며 물러나려고 했으나 “그러면 모양새가 더 안 좋아진다”는 주위의 만류로 사표 제출을 미뤄왔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다. ‘신정아 사건’이 터졌을 당시엔 그의 학위와 관련한 루머가 회자되기도 했다. 역시 발원지는 증권가였다. “윤 상무가 학력을 위조했다. 카이스트를 수석 졸업하지 않았고, MIT 미디어랩 박사도 아니다”는 소문이다.

검찰 등 정부 기관 등엔 악의적 투서까지 뿌려졌다. SK그룹 사내게시판에도 윤 상무 학력이 가짜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윤 상무 측은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며 애써 외면했지만, 윤 상무는 강한 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심적 압박 시달렸다”

일각에선 윤 상무가 당분간 휴식을 취한 후 다른 회사로 옮겨 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윤 상무가 2004년부터 2007년 3월까지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를 맡았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SK텔레콤 사직 후 게임 업계로 컴백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윤 상무는 당분간 특별한 계획 없이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생일을 하루 앞두고 사표를 낸 윤 상무. 사회의 지나친 관심이 그를 옭아맨 것은 아닐까.

[일요시사 김성수 기자ㅣ스포츠서울닷컴 제휴사]

윤송이 상무는 누구?

‘천재소녀’ ‘최연소’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세간의 화제를 낳았던 윤송이 SK텔레콤 상무. 그의 갑작스런 사임 표명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올해로 31살인 윤 상무는 1993년 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1996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2000년 ‘24년 2개월’이라는 나이에 미국 MIT 대학원 미디어랩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컨설팅회사 매킨지, SK 계열사 와이더댄닷컴을 거쳐 2004년 28세로 SK텔레콤 최연소 임원으로 발탁됐다.
SK텔레콤 입사 이후 윤 상무가 내놓은 첫 야심작은 1mm(소비자와 가깝다는 뜻) 서비스. 1mm 서비스 가입자는 22만명에 그쳐 서비스가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윤 상무는 올해 CI본부장에 오른 뒤 바탕화면에서 바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는 ‘T인터랙티브’, 멜론 등을 출시해 1백만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SBS 인기드라마 <카이스트>에서 탤런트 이나영씨가 열연한 천재 공학도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윤 상무는 드라마 방영 이후 ‘차세대 리더’로 젊은층의 인기를 얻었다. 이런 유명세 때문에 SK텔레콤 입사 직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윤 상무는 2004년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주목할 만한 세계 여성 기업인 50명에, 2006년엔 세계경제포럼(WEF) 선정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by 100명 2008. 1. 7.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