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사 아닌 新한류가 한국 먹여살릴것
[신년 경제 대담] 한류박사 신승일 '한류가 우리의 미래다'

‘한류전도사’ 신승일 박사가 전하는 우리 한류와 경제이야기

“저는 한류전도사예요”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류박사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 소장. 기자가 초면에 대뜸 ‘도대체 한류의 정의가 뭐냐’고 물으며 느닷없이 질문공세에도 당황한 기색 없이 한류전문가다운 ‘입심’을 자랑했다. 한류의 ‘한자’라는 단어가 기자의 입에서 튀어나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그 질문이 무안하다 싶을 정도로 말을 끝낼 찰나에 명쾌한 답을 내놓으며 재치있는 입담으로 화답했다.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으레 새밑에 다가오면 생겨나는 공허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명상수련법처럼 ‘한류’라는 화두를 잡고 한류도사·한류박사로 유명한 신승일 박사를 만나 새해 대양을 헤엄쳐오는 ‘한류 이야기’를 동냥했다.

한류는 우리의 ‘흥’과 ‘얼’이 녹아 있는 뿌리 깊은 정신문화

우선 ‘한류’에 '문외한'인 기자가 우선 동냥한 것은 ‘도대체 한류가 뭔가?’라는 것이었다. 기실 ‘한류무식쟁이’ 기자의 질문이 아니더라도 일반 대중들은 보통 ‘한류, 한류...’라는 말만 들었지 한류의 실체에 대해선 정확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신승일 박사라는 ‘해답’을 찾아 그 궁금증을 풀어볼 요량으로 그를 만났다.

-지난 몇 년간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한류열풍’이 대단했다. 도대체 한류의 정의는 뭐고 실체는 무언가.

▲한류라는 말 자체는 10년 전부터 중국어권에서 불기 시작한 ‘한국 드라마 열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태동은 ‘사랑이 뭐 길래’라는 드라마가 아시아권에서 공존의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이후 우리 드라마들이 중국 등지로 팔려나가게 됐다. 그때 당시 중국의 모 언론에서 ‘한류’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럼 그 한류의 현재, 그 경과는 어떻게 흘러 왔는지 진단을 부탁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류는 중국 등의 중국어권과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 그리고 일본권에서 하나의 트렌드처럼 이어져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유럽과 멕시코나 남미 지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대중문화산업뿐만 아니라 드라마 등에서 파생되어 나온 의류, 우리의 우수한 IT기술 등으로 저변이 확대되어가고 있다. 이는 곧 한류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이전까지 단순히 대중문화 일변도에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산업전반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사께서 ‘신한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한류에 대해 해박한 것으로 아는데 박사가 생각하는 한류의 근본적인 원동력은 무엇이라 보는가.

▲한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화된 ‘문화코드’다. 과거 우리 조상들의 생활풍습이나 문화유산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오래 전 우리 조상들이 즐겨 하던 놀이나 문화 등에서 우리 고유의 ‘흥’과 ‘얼’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것이 동시대 중국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 증거들은 중국 고서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역사가 흘러오는 동안 많은 외침 등, 특히 6.25 동란 등의 위기에서 발현되지 못했지만 그것이 오늘날 깊은 곳에서 살아나 다시 오늘날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호령하게 된 것이다.

‘한글’ 등의 ‘한문화’ 새계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무궁무진

지난 10년간의 ‘한류 열풍’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다양한 문회콘텐츠들로 무장해 ‘신한류’를 창조해 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한류라는 것이 대중문화 콘텐츠에 기인해 좀 추상적일 뿐더러 최근엔 일부 지역에서 ‘반한류’라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 데 어떤가.

▲물론 언론에서 그런 문제를 지적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가령, '대장금‘이라는 드라마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일본에 최초로 한국토속음식점이 문을 연 적이 있다. 이때 처음 선보인 한국의 음식 등의 한국문화 관련 마니아층까지 만들어졌다. 이는 한류가 더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사가 주창하는 ‘한문화’는 무엇이고 그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한문화’라는 것은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우리 고유의 ‘한글’, ‘한지’ 등 다양한 형태를 띤다.

특히 내가 말하는 ‘한글’은 세계적으로도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문화상품이다. 특히 이를 디자인 등에 응용하면 그 부가가치는 대단할 것으로 본다. 비단 한글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양식 등 다양한 것에서 한류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우리의 미래는 건설·토목공사가 아닌 한류 등의 지식·문화산업이 성장동력될 것”

-그럼 그런 것들이 ‘경제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다고 보는가. 또 그리하려면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또 그 전략은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나.

▲경제적인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 발굴과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아까 언급했듯이 ‘한글’이라는 우리 고유의 문자를 디자인에 활용한다면 지금 내가 보여주는(실제로 자신이 입고 있는 넥타이를 집어 가리키며) ‘한글디자인 넥타이’ 등 의류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밖에도 현재 발전된 IT강국의 면모를 세계에 유감없이 발휘한다면, 이런 것들이 한류와 함께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IT산업 등 지식·문화콘텐츠가 세계경제를 지배할 것”

-지난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새 정부는 물론 관련자들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한류를 보는 인식이다. 단순히 대중문화 측면이만 보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세계의 산업과 경제는 기존의 건설, 제조업 등 토목공사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한류 같은 지식·문화콘텐츠가 그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성장동력도 그런 산업화 시대의 요소가 아닌 IT산업과 문화산업으로 집중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류를 전파할 인력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젊은 2030세대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들은 고학력인 데다가 창의성도 어느 세대보다 뛰어나다. 정부도 이런 젊은 세대들을 활용하고 육성해야한다.

가령 요즘 젊은 실업자층을 교육해 해외한류전도사로 파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들이 1년여 동안 현지에서 한류를 전파하고 그들과 함께 그 나라의 문화 등을 배워 다시 국내로 들어온다면 역으로 우리는 그 지역의 전문가를 받아들이는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이들을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한다면 경제적 가치도 훌륭히 창출할 것으로 본다. 그 역할의 소임을 가진 젊은 세대들도 이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끝으로 ‘한류가 우리의 미래다’라고 지적했는데 앞으로 ‘한류’를 대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당부할 게 있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역사와 우리 한류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이에 대해 긍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모두가 ‘한류전도사’라는 책임감을 기지고 ‘한류’를 바라본 다면 현재 일부에서 제기되는 ‘한류의 위기’는 자연스레 불식될 것이다. 한류가 우리의 미래다.

‘신한류’ 핵심 역할은 2030세대,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

#에필로그

끝으로 기자가 만난 ‘한류박사 신승일은 한류 드라마 ’대장금‘에 나오는 음식에 비유한다면 담백했다.

기자가 신승일 박사를 만났을 땐 연말이라는 탓도 있지만 언론 등 이곳저곳에서 신 박사의 명쾌한 ‘한류 이야기’를 듣고자 청하는 곳이 많았다. 그만큼 바쁜 와중에 기자와의 약속을 흔쾌히 받아준 그다.

그도 그럴 것이 신 박사는 최근 신년특집 형식으로 여러 곳에서 ‘한류 관련’ 프로그램에 모셔지는 유명인사다. 인터뷰 날에도 라디오 출연과 각종 강의가 맞물려 있어 신 박사의 안색에서도 ‘하루가 짧다’는 표정이었다.

기자가 처음 만난 신승일 박사는 ‘한류’에 관한한 ‘무식쟁이’에 불과한 기자를 정성스레 가르치는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궁금증 어린 기자의 눈을 금새 ‘만족의 눈’으로 바꿔놓았다.

맨 처음 신 박사가 자신을 ‘한류전도사’라고 밝힌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신 박사는 ‘한류박사’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또한 인터뷰 내내 최근 한류 관련 다양한 강의에서 단련된 언변은 물론이고 한류 관련 대중문화 코드도 젊은 기자 또래를 방불케 할 정도로 ‘텔미열풍’ 등 다양한 한류콘텐츠에 대해 훤히 꿰고 있을 정도. 요즘 젊은 세대들도 다 알지 못하는 대중가수의 이름들이 그의 입에서 술술 술 읊어졌다.

특히 대중문화 등을 이야기할 때는 그의 특유의 입심도 한껏 발휘됐다. ‘한류박사’라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신 박사의 매력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그는 현재 불고 있는 한류의 경과에 대한 진단에 있어 틀에 박힌 비교나 청사진 제시가 아니라 그가 구축해놓은 독창적인 논거들이 즐비했다.

그저 그자리는 한상가득 차려진 ‘한류밥상’을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되는 모양새였다. 그만큼 알찼다. 특히 한류를 단지 문화상품으로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유들을 제시한은 대목에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인터뷰 말미에 신승일 박사는 기자에게 앞으로 꾸준히 연구를 통해 문화정책과 한류를 담당하는 정책당국에도 여러 통로를 통해 제안을 해 볼 작정이란 계획도 귀띔해 주었다. 또한 자신이 ‘한류전도사’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여러 가지 연구와 활동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 진정한 ‘신한류’를 보급하는 데 일역을 담당하고 싶다는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한류박사' 신승일은 누구?

신승일 박사는 서울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버지니아텍에서 시스템 공학을 공부한 공학도로 출발해 현재는 한류전략연구소 소장을 지내면서 서울디지털대학 겸입교수로 강단에도 서고 있다. 또한 동찬한국문화연구원장직도 맡고 있다. 최근엔 한겨레신문과 조선·동아·중앙일보 등 각종 언론에 한류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by 100명 2008. 1. 7.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