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갔던 중국영화, 언제부터 찬 밥 신세?

[OSEN=손남원 기자]올 여름, 국내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연일 바꿔가고 있는 "쿵푸팬더"는 할리우드 영화다. 중국 액션의 쌍벽을 이루는 성룡과 이연걸의 동시 출연으로 관심을 모았고, 흥행에 성공했던 "포비든 킹덤" 도 원산지는 미국이다.

진짜 중국영화는 맥을 못추는 대신에 무늬만 중국풍의 대작들이 판을 치는 게 요즘 한국 극장가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 영화팬들은 홍콩 영화에 열광했다. 외팔이 왕우를 앞세운 정통 무협물이 붐을 일으켰고, 이제는 전설이 된 이소룡과 갈짓자 취권의 코미디 액션 성룡, 소림사에서 막 튀어나온듯한 이연걸의 정통 권법 시대가 차례로 도래했다.

그 다음은 오우삼 감독의 쌍권총이 불을 뿜었다. 빛바랜 바바리 코트의 주연발이 달러 지폐를 태워 담배불을 붙인 뒤로 적룡, 장국영, 이수현, 유덕화, 양조위, 장학우 등 숱한 중국계 배우들이 한국 젊은이의 우상으로 떠오르는 시기도 있었다.

장르도 맛깔진 잔치국수의 팔색 고명 마냥 다양했다. "복성고조" 등의 코미디류에서부터 순수 멜로, "정전자" "지존무상" 등의 도박과 범죄를 버무린 변종 누아르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왕가위 감독은 "아비정전" "동사서독" "중경삼림" "타락천사"로 이어지는 감각 영상을 선보이며 "홍콩영화는 한국영화 보다 앞서 있다"는 인식을 한국에 심었다.

그러나 2000년대 홍콩과 대만, 중국을 통틀어 중국영화들은 한국에서 예전의 위세와 달리 찬밥 신세를 면치못하는 중이다. 지난 2005년 1월 주성치의 "쿵푸 허슬"이 2주연속 선두 이후, 순수 중국영화는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한 중 일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야심찬 기획으로 탄생한 장동건 주연의 "무극" 등 숱한 대작들이 중국 대륙의 흥행 대박과 달리 유독 한국 개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올해만해도 1월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주연의 "명장"을 시작으로 유덕화 홍금보 주연의 "삼국지: 용의 부활", 여명 진혜림 견자단 주연의 "연의 황후" 등이 연달아 개봉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 중국 톱스타 주연의 영화들이 국내 흥행시장을 휩쓸었던 그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인 셈이다.

10일에는 삼국지에서 소재를 따온 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이 호화 캐스팅과 800억원 제작비의 물량 공세를 앞세워 중국영화의 자존심 회복에 도전한다.

문제는 개봉 시기. 윌 스미스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핸콕"이 기세를 떨치고 있는데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17일), "님은 먼곳에"(24일) 등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막을 올릴 예정이어서 "적벽대전"의 흥행 기상도가 어떨지 궁금하다.
mcgwrie@osen.co.kr

<사진>지난달 25일 서울 광장동 워키힐 호텔에서 열렸던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 내한 기자회견에서 장첸 양조위 오우삼 감독 금성무 린즈링 등이 대박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고 있다.
by 100명 2008. 7. 9.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