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공공의 적?…롯데그룹 앞에 놓인 투명성의 벽

최근 며칠 새 ‘억’소리가 세 번 난 곳이 있습니다. ‘억’대 과징금에, 수천‘억’대 주식 증여 논란으로 ‘억’하고 내지른 소리까지입니다. 비명의 출처는 다름 아닌 유통업계의 제왕 롯데그룹입니다. 2008년 시작부터 불거진 논란에 롯데그룹을 향한 눈길은 곱지 않습니다. 이명박 당선자의 친기업 기조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일부 재계 호사가들은 롯데를 두고 ‘공공의 적’이라는 표현까지 쓰더군요.

롯데그룹은 영화관 매점 특혜 문제로 3억의 과징금을 문 데 이어 지난 31일엔 2000억원에 이르는 주식 증여로 편법 증여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과징금은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일부 영화관 내 매점에서 지나치게 낮은 임대료를 받고 신격호 회장의 딸 등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 2곳에 임대해준 탓입니다.

2000억원의 주식 증여 받은 롯데미도파와 롯데브랑제리, 롯데알미늄의 최대주주는 신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롯데쇼핑이고, 롯데후레쉬델리카의 최대주주는 신 회장의 막내딸 신유미씨입니다. 그러나 결손법인이어서 증여세를 면제 받습니다.

아들, 딸을 향한 신 회장의 ‘빗나간 가족 사랑’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유통업계의 경쟁자 신세계나 현대백화점과도 대비됩니다. 이들은 2세 경영 후계 구도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최대주주가 됐지만 절차에 따라 증여세를 냈습니다. 특히 신세계 2세들은 지난해 국내 상속ㆍ증여세 납부 사상 최대 규모인 3500억 여원을 납부하며 화제가 됐습니다. 연말 인사에서 30대 회장으로 승진해 주목받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역시 2003년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1700여 억원의 증여세를 냈습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증여한 주식의 평가액은 약 2000억원입니다. 전체 금액의 45%를 증여세로 부과하는 현행법에 따르면 롯데미도파 등은 약 900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결손 덕분에 한푼의 증여세도 내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900억을 아끼기 위한 편법 증여인 셈입니다.

롯데그룹은 결손법인인 이들 계열사들의 취약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눈가리고 아웅하기’입니다. 편법 증여라는 ‘의혹’이 불거진 사실만으로도 유통 1위이자 재계 서열 5위인 롯데로서는 자존심 상해할 일입니다.

상속 등 증여는 부모나 친지 등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일종의 불로소득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의 재벌들은 경영권 방어 등을 이유로 상속세에 거부 반응을 보여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2, 3세들이 차례로 경영승계를 계단을 밟아가면서 주식 상속과 증여를 통한 ‘떳떳한 승계’가 어느덧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롯데는 이번 논란으로 이런 흐름에 역행합니다.

이명박 당선자는 지난 2일 경제연구기관 간담회에서 “‘친기업적’이라는 말을 꺼리는 분들이 있지만 나는 당당하게 친기업적이라는 말을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시대적 추세이기도 하지만 기업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투명성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제2 롯데월드’ 재추진과 금융왕국 건설을 추진중인 롯데가 이 ‘투명성’의 벽을 어떻게 넘을지 주목됩니다.

by 100명 2008. 1. 4. 0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