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영화계 요점정리 키워드 3 [JES]

무자년 한국 영화계에도 많은 지각변동이 예고돼 있다. 이준익·유하·김지운·박찬욱·최동훈 등 스타 감독들이 대거 귀환하고,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 대여섯 편이 일제히 등장한다.

조폭 영화의 퇴조와 맞물려 100억원짜리 블록버스터가 관객을 찾고, 대기업 투자배급사 빅3에 이어 통신자본이 본격 가세하는 원년도 올해다. 2008년 영화계를 달굴 키워드를 살펴봤다.

김범석 기자 [kbs@joongang.co.kr]
 
▶스타 감독 리턴즈=관객들의 영화 선택 기준이 변하고 있다. “누가 나오냐”에서 장르와 완성도, 감독에 대한 크레딧 등이 선택의 새 기준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중 특히 부각되는 건 감독의 연출력. 새해엔 이준익·강우석·유하·박찬욱·최동훈 등 브랜드 있는 감독들의 신작이 일제히 관객을 찾는다.

이준익 감독은 수애·정진영 주연 ‘님은 먼곳에’ 촬영차 태국에 머물고 있고, 강우석 감독은 ‘공공의 적’ 3편 격인 ‘강철중’을 작업중이다. 유하 감독은 고려말 왕(주진모)과 친위부대원(조인성)의 동성애를 다룬 ‘쌍화점’의 3월 크랭크 인을 앞둔 상태다.

‘타짜’의 최동훈 감독도 이나영 등 많은 여배우의 러브콜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박찬욱 감독 역시 오래 전부터 구상해 온 ‘박쥐’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스타 감독들이 각광받는 건 리스크 감소 차원 때문. 최근 2~3년 간 풍족해진 자금력 때문에 너도 나도 영화 제작에 뛰어들면서 신인 감독들의 함량미달 작품이 양산된 결과다.
 
▶1930년대로 회귀=충무로의 관심권 밖에 있던 1930년대를 조명하는 영화가 쏟아지는 것도 올해 영화계의 특징 중 하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비롯해 ‘라듸오 데이즈’ ‘모던보이’ ‘원스 어폰 어 타임’ 등이 이에 속한다. 만주 웨스턴을 표방한 ‘놈놈놈’을 제외하면 서구 신문물이 들어오던 일제 강점기에 자유인으로 살았던 남녀 주인공에 초점을 맞췄다.
 
한량에 가까운 국내 최초 라디오 방송국 PD(류승범)와 춤과 여자에 관심이 많은 모던보이(박해일),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한 경성 최고의 사기꾼(박용우)과 도둑(이보영)이 주연들이다. 시대적 엄숙주의 대신 낭만과 자유를 주인공에게 덧씌운 영화들이다.
 
이같은 1930년대 회귀는 소재 빈곤과 쏠림 현상 때문. 동서양이 교차하고, 봉건과 현대가 충돌하는 30년대야 말로 한국 영화가 소비하지 않은 매력적인 지점이라는 설명이다. ‘라듸오 데이즈’에 출연한 류승범은 “극중 의상도 양복과 한복 등이 혼재돼있다”며 “신문물로 인한 문화적 충격이 가장 심했을 때가 바로 30년대다. 그만큼 신선하고 흥미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통신자본 가세=SK텔레콤과 KT의 영화 사업 본격 진출이 닻을 올린다. 영화계로선 ‘돈맥경화’ 해소를 기대할 수 있고, 통신회사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컨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T는 싸이더스FNH를 내세워 배급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용의주도 미스신’을 시작으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라듸오 데이즈’ ‘트럭’ 등을 선보일 계획. SK텔레콤도 이달 30일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시작으로 한석규·차승원 주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개봉하며 맞불을 놓을 태세다. 양사의 1라운드 격돌은 같은 날 맞붙게 된 ‘라디오 데이즈’와 ‘원스 어폰 어 타임’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기존 CJ, 쇼박스, 롯데 3파전에 이어 확전이 시작될 경우 소모전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멀티플렉스를 갖춘 3사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상대 회사 영화를 배타적으로 외면할 경우 악순환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by 100명 2008. 1. 3. 0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