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식당, 토종 프랜차이즈였어?”

기사입력 2008-07-09 03:45 |최종수정2008-07-09 08:25
[동아일보]

《다국적 브랜드들이 사실상 석권하고 있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들의 도전이 거세다. 국내 프랜차이즈들은 저렴한 가격, 가맹점 시스템을 활용한 점포의 빠른 확산, 한국인 입맛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다국적 브랜드의 아성(牙城)을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자본력과 인지도를 무기로 하는 대기업 브랜드가 아니라 중소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이 같은 바람을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스타벅스-커피빈 대구선 맥못춰

‘다빈치, 슬립레스인시애틀, 커피명가, 핸즈커피, 안에스프레소’

이들은 모두 대구에서 처음 생겨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토종 커피 브랜드들이다.

5개 업체의 대구 지역 점포 수를 합하면 모두 120여 개로 대구의 커피전문점 중 70% 이상을 차지한다.

다국적 브랜드인 스타벅스와 커피빈은 대구에 각각 8개, 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토종 커피 브랜드들의 인기 비결은 ‘저렴한 가격과 좋은 품질’이다. 손님들이 주로 많이 찾는 카페라테, 아메리카노 등의 가격이 해외 브랜드들보다 30% 정도 싸지만 커피 맛은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다빈치는 볶은 원두의 유통기한을 10일로 제한하고 있고, 커피명가는 원조 바리스타인 사장이 직접 30여 개국을 돌며 구매한 우량 원두를 사용해 커피를 만든다.

올해 4월 문을 연 ‘카페베네’는 해외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대신 수익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맛, 매장 분위기와 함께 ‘사회공헌’으로 차별화한 것이다.

○ 가맹점 체제 점포확대 유리

현재 국내 아이스크림 전문점 시장의 점유율 1위는 미국 배스킨라빈스다. 1985년 8월 서울 명동에 첫 점포를 연 이래 ‘골라 먹는 재미’를 내세워 현재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 매장 수는 700여 개.

배스킨라빈스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선 곳은 토종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카페띠아모’.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가맹점을 열 수 있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활용해 3년 만에 전국 200곳 이상의 가맹점을 뒀다. 매장마다 직접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차별화 전략도 주효했다.

가맹점 시스템은 점포의 ‘확산’에는 유리하지만, 서비스와 통일성 측면에서는 해외 브랜드가 택하는 본사 직영 체제보다 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900여 개 가맹점을 두고 있는 프랜차이즈 ‘본죽’의 나세철 홍보팀장은 “국내 프랜차이즈들도 점주들을 정기적으로 교육하고 품질관리 전담직원을 두는 등 서비스와 제품 수준이 본사 직영 못지않다”고 말했다.

○ 고품질-맞춤형 전략으로 경쟁

패스트푸드 시장에서도 맥도널드, KFC 등에 맞서는 국내 업체가 늘고 있다.

‘정성 어린 어머니의 손길’을 슬로건으로 내건 치킨 및 햄버거 전문점 ‘맘스터치’는 현재 전국에 2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건강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해 좋은 품질의 재료 선정에 특히 신경 쓰고 있다고 한다.

토종 햄버거 전문점인 ‘크라제버거’는 아직 점포 수는 25개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주문받은 후 조리하는 방식으로 외국계 햄버거 업체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맥도널드가 한때 300개에서 최근 231개로, KFC가 220개에서 173개로 점포 수를 줄이는 등 외국계 패스트푸드 업체의 위축된 행보와도 비교된다는 지적이다.

FC창업코리아 강병오 소장은 “국내 프랜차이즈 수는 2005년 말 현재 22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은 창업과 도태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외국계 프랜차이즈와 맞서는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고 말했다.
by 100명 2008. 7. 9. 0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