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점의 영화 관람료 인상은 미봉책

OSEN|기사입력 2007-12-26 09:39


[OSEN=박준범 기자] 영화 관람료 인상 소식이 전해진 후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 한국영화계는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고 발전을 위해 영화 관람료를 7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17일 한국영화산업구조합리화 추진위원회와 (사)한국영화제작가협회, (사)영화인회의 등 7개 단체가 발표한 성명서 ‘한국 영화산업의 미래를 위한 재안’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영화계가 이처럼 영화 관람료 인상을 제안한 이유는 현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극장 수익을 늘려 영화제작의 선순환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에 물가 상승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현재의 관람료로는 많은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 못한다는 근거를 대고 있다.

그러나 한국영화산업의 수익구조 악화는 비단 관람료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에서야 이슈가 되고 있는 불법다운로드 및 불법복제로 인한 2차 부가시장의 붕괴도 영화산업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킨 주요 요인이다. 특히 한국 영화산업의 수익구조를 보면 80%가 극장 수익이고 2차 시장에서의 수익은 불과 20%밖에 안된다. 대부분의 나라가 극장 수익이 50%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영화산업의 수익구조는 기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극장료 인상은 당장의 영화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인 관객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동통신사의 할인이 사라지고 주말을 비롯한 프라임타임의 관람료가 이미 1만원에 다다르고 있는 지금 관객들의 체감 관람료는 이미 비싼 편이다. 여기에 40%가 넘는 관람료 인상을 하겠다고 하니 관객들의 원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극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관람료 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칙적으로 관람료 인상은 경제적인 원칙상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한국영화산업의 수익 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지금과 같이 극장 수익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영화 제작의 어려움을 관객들에게 토로하는 푸념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특히 영화계가 최근 제작비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관객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2007년 한국영화는 유독 ‘위기’라는 말이 많이 나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계가 먼저 부활에 대한 가능성과 로드맵을 보여주어야 한다. 영화계는 고육지책으로 관람료 인상을 내놓았지만 관객들이 그 부담을 떠안기에는 아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by 100명 2007. 12. 26.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