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배급대란, 2008년 연중행사 우려
ⓒ<왼쪽부터 `용의주도 미스신`, `내사랑`>


12월 한국영화계에 비상이 걸렸다. 크리스마스와 겨울방학 시즌을 노리고 개봉한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서 부진을 금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가 부족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초 출발선상부터 한국영화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보다 상영 스크린수가 턱없이 부족한 탓도 크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장악하고 있는 `황금나침반`이 500여개에 육박하는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으며, `내셔널트레져:비밀의 책`과 `나는 전설이다`가 각 400여개씩 스크린을 점유해 3개 영화가 전체 스크린 1950여개 중 70%를 차지하고 있다.

개봉 당시 400여개 스크린을 확보했던 `색즉시공 시즌2`는 320여개 스크린으로 100여개가 줄었으며, 지난주 개봉한 `내사랑`과 `용의주도 미스신`은 230여 스크린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내사랑`과 `용의주도 미스신`, `싸움`은 90여개 좌석 밖에 안되는 스크린이 상당하며 `퐁당퐁당`(교차상영을 뜻하는 은어) 상영방식이 많다.

최근 개봉한 한 한국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예매율이 좋은데도 극장이 없다. 배급사 목을 졸라서라도 스크린을 조금만 더 확보했다면 관객수가 상당히 늘었을텐데 아쉬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려 극장에서 한국영화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셈이다.

ⓒ<왼쪽부터 `6년째 연애중`,`슈퍼맨이었던 사나이`>


하지만 이런 배급 대란이 12월에만 끝나게 아니어서 더 큰 문제로 남을 전망이다.

신규 배급사가 일제히 물량을 쏟아내면서 대목마다 한국영화들이 스크린을 확보하는 데 전쟁이 일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12월에 한국영화들이 몰린 데는 싸이더스FNH가 `용의주도 미스신`으로 첫 배급사업에 뛰어들었으며, 벤티지 홀딩스가 쇼박스와 손잡고 `내사랑`을 개봉하는 등 배급 경쟁에 나선 것도 한 몫한다.

내년 1월 설 연휴에는 배급 경쟁이 더 치열하다.

CJ엔터테인먼트가 황정민 전지현 주연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를, 쇼박스가 신현준 주연의 `마지막 선물`을 개봉한다.

새롭게 배급시장에 뛰어든 SKT는 박용우 주연의 `원스 어폰 어 타임`을 개봉시키며, 싸이더스FNH가 류승범의 `라듸오 데이즈`를, 스튜디오2.0이 김하늘 윤계상 주연의 `6년째 연애중`를, 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신하균 주연의 `더 게임`를 설 연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내년에는 배급대란이 연중행사가 될 것 같다"며 "시장이 한층 어려워질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by 100명 2007. 12. 26.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