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2005년 이후 스크린 독과점 주도
이지영기자 jyl@joynews24.com 사진 김일권객원기자 photo@joynews24.com
2005년 이후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주도해온 것은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한국 영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서울 광화문 미디어액트에서 '한국영화, 스크린 확보 전쟁'이라는 주제로 열렸던 제 3차 한국영화 발전포럼에서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 날 발제자로 나선 류형진 영진위 영상산업정책연구위원은 "2003년부터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2003년 서울에서 80개관 이상에서 개봉한 영화는 6편이었고, 그 중 한국 배급사의 작품이 3편, 할리우드 직배사의 작품이 3편이었다"고 말했다.



류 연구위원은 또 "하지만 2005년부터는 양상이 달라졌다. 국내 배급사와 할리우드 직배사의 와이드 릴리즈 작품이 13편과 8편으로 국내 배급사들이 독과점을 주도하기 시작했으며, 2007년에는 22편과 8편으로 그 차이가 더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한국 영화계가 할리우드 직배사의 와이드 릴리즈 방식을 하나의 정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는 제작비 증가가 리스크 증가로 이어지고 그러다 보니 작품의 성격보다는 유통망을 장악해 한번에 관객몰이를 하기 위해서다.

또한 부가판권이 전무한 한국적 상황도 와이드 릴리즈를 부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한섭 서울예대 영화학과 교수는 "1999년 '쉬리' 이후 한국 영화는 양적인 팽창을 시작했다. 그때 자금이 영화계로 많이 흘러들어오고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많이 제작됐다. 그리고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대규모의 마케팅 비용이 소요되다 보니 그 많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스크린 독과점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한국 영화계의 거품이 꺼졌다. 한국의 영화 산업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독과점을 규제할 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상업영화 쿼터제, 스크린 점유율 제한, 전용관 설립, 마이너 쿼터제 등의 규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하영 나비픽쳐스 부사장은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2000년에 들어 발생한 문제는 아니다. 그 전에는 할리우드 직배사들이 주도해왔다면 '쉬리' 이후 한국의 3대 직배사들이 '우리도 해보자'라는 취지에서 뭉치기 시작했고, 현재의 상황이 왔다"고 강교수와 다른 의견을 냈다.

최백순 서울시극장협회 상무는 "당시부터 스크린 쿼터를 비롯 학교 근처에 극장이 들어설 수 없는 등 규제가 많았다. 또다시 규제를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에도 어긋난다"며 "관객 1∼2명 들어오는 영화를 위해 영사기를 돌릴 수는 없지 않느냐. 그리고 독과점 현상은 성수기때 일부 영화에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일부분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하는 것은 제고해야할 문제"라고 규제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날 토론에는 이 외에도 유창서 청어람 이사, 오희성 롯데시네마 프로그램팀, 이동직 변호사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by 100명 2007. 12. 21.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