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들 버팀목 되겠다”

김수용 감독 대한민국예술원 33대 회장에…55년만에 영화인 첫 영예

“영화를 대중예술이라고 하지만 이 시대에는 어떤 예술이든 영상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또 저에게 각 분야 예술가들을 포괄하는 막중한 조직의 책임을 맡긴 것은 예술이 대중과 동떨어져 외따로 발전할 수 없다는 의미겠죠.”

18일 대한민국예술원 33대 회장으로 선출된 김수용(78) 영화감독은 “소식을 듣고 영화계에서 가문의 영광이라며 전화에 불이 나게 축하인사를 해왔다”며 “내일모레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해야 하니 마음이 바쁘다”고 말했다. 문학, 미술, 음악, 연극.영화.무용 등 4개 분과로 나뉘어 각계 예술가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대한민국예술원 55년 역사상 대중예술가이자 영화인이 회장으로 뽑히기는 김 감독이 처음이다. 김 감독은 성악가인 이인영(78) 신임 부회장과 함께 20일부터 향후 2년간 대한민국예술원을 이끈다.

김 감독은 1958년 데뷔해 60~70년대 황금기를 이끌며 한국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대표적인 원로 감독이다. 그는 한국영화 위기에 대해 “지난 80년대 불황의 긴 터널을 뚫고 나와 어렵게 르네상스를 맞았는데 잠깐 반짝하다 초심을 잃은 게 아닌가 싶다”며 “완성도가 높고 좋은 영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김 감독은 “우리 세대는 현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이 아니지만 과거 업적을 인정받아 이 자리에 오른 만큼 자라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각 분야 예술이 발전하도록 충분한 뒷받침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요새는 40대만 돼도 영화 만들기가 어려워 은퇴한다고들 해서 내가 ‘새파랗게 젊은 애들이 무슨 소리냐’고 야단치고는 하는데 이런 풍토가 씁쓸하다”며 “원로.중견과 젊은 세대 예술가들이 잘 조화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58년 ‘공처가’로 데뷔한 김 감독은 ‘갯마을’ ‘토지’ ‘무영탑’ ‘산불’ ‘만추’ ‘침향’ 등 90년대 말까지 100편이 넘는 영화를 연출했으며, 문학적 향취를 담은 문예영화뿐 아니라 당대 한국사회의 변화상과 다양한 인간군상의 삶을 반영한 작품으로 한국영화의 표현 영역을 확장시켰다. 대종상 작품상 및 감독상 6번, 아시아영화제 감독상, 일본영화비평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지난 88년부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예술원은 국내 각 분야 예술가의 대표기관으로 대한민국예술원상 시상, 국제예술 심포지엄 개최, 세미나와 강연회 개최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by 100명 2007. 12. 21.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