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섣부른 영화관람료 인상, '부메랑 맞는다'
정진호기자 jhjung@joynews24.com
영화관람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영화계의 목소리가 거세다.

영화관람료를 적정한 수준까지 현실화해야 한다는 얘기는 올 초부터 투자 및 제작사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온 사안이다.

돈을 대는 투자사는 물론 영화를 기획하는 제작사, 배급사, 그리고 극장주까지 영화산업을 이끌고 있는 각개 각층의 주체들이 하나같이 '이제는 관람료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급기야, 어제(17일)는 영화인회의 이춘연 이사장이 1만원선으로 영화요금을 올리는 안을 추진하겠다며 영화인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나섰다.

관람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영화계 안팎의 이야기를 요약해 보면 이렇다.

한국 영화의 수익구조를 따져볼 때 대부분의 영화가 전체 매출에서 극장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80%이상이다. 부가판권 시장은 불법 다운로드로 거의 사라지고 없는 형편이다. 때문에 지난 수개월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제작비 등 더 이상의 비용 절감이 어렵다면 극장 수입을 올려 수익을 높이자는 것이다.

해가 갈 수록 한국영화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으니 거의 절대적인 수입원인 극장요금의 가격을 올려 나머지 손실을 보존하겠다는 얘기다.

한국영화의 지난 해 평균 프로젝트 수익률은 -22.9%였지만 올해는 더욱 악화되어 3분기까지 -62.1%로 손실율이 60%를 상회하고 있다.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도 전체 100여편에서 15편에 그치고 있다. 또한 지난 5년간 물가는 계속 상승했지만, 극장 요금은 거의 제 자리 걸음이었다는 것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요금수준을 현행 7천원∼8천원선에서 1만원선으로 올리고, 또 좌석 배치에 따라 요금을 차등해서 적용하자는 둥 여러 제안들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정말로 다른 대안이 없다면 영화관람료 인상은 검토되고 진행되어야 한다.



IMF 이후 영화가 산업과 결합한 이상 영화자본의 수익성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게다. 가장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자본이 언제까지 자기 증식을 거부하는 영화에 얽매여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른 곳으로 돈이 빠져 나간다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영화의 고갈은 더욱 심해질 게 자명하다.

하지만 성급한 요금인상이 자칫 악수(惡手)가 되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영화는 산업적 재화이기 이전에 가장 감성적인 문화 상품이다. 감성적인 상품이기에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인상률이 매우 크다. 요금인상으로 영화에 대한 접근 장벽이 높아지고 문화적 만남이 줄어든다면 사회의 정신적 자산과 풍요도 그만큼 줄어들게 마련이다.

또한 요금이 올라가게 되면 자연스레 극장을 찾는 발걸음은 줄게 마련이다. 1만원이라는 돈은 영화의 주요 수요층인 젊은 관객층에게 솔직히 부담스럽다.

차라리 현란한 게임이나 잘 치장된 외산드라마로 허기진 배를 채우겠다는 반발 심리를 부추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요금인상을 통해 한국영화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관람료 인상은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

충무로에 여전히 배 부른 영화인들이 많다는 얘기가 들리고, 제작 현장의 방만함이 여전하며 한국영화가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해외시장 개척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한 관람료 인상은 오히려 자식새끼처럼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배신감을 안겨 줄 수 있다.
by 100명 2007. 12. 21. 0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