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훈 쇼박스 상무 "2008년, 선택과 집중이다"①

'다시 뛴다, 한국영화 2008' 한국영화 메이저 릴레이 인터뷰

2007년 한국영화계는 IMF 직후의 한국경제처럼 각종 위기설에 휘청였습니다. 거품으로 가득찼던 2006년의 직격탄을 받은 셈이지만 한숨과 걱정이 1년 내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하는 영화인들의 노력 역시 눈에 띄는 한 해였습니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는 2008년 한국영화가 다시 한번 도약할 것을 응원하며 한국영화 주요 투자배급사, 제작사 CEO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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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rainkim23@>


올해 쇼박스㈜미디어플렉스(이하 쇼박스)는 유달리 외환에 시달렸다. CJ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한국의 양대 메이저 배급사의 위치에 걸맞지 않게 각종 매각설에 휘말렸다.

계열사인 메가박스가 해외 자본에 매각되고,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투자 배급권이 CJ엔터테인먼트로 넘어가는 등 여러가지 정황이 매각설을 그럴 듯하게 부추겼다.

하지만 쇼박스의 유정훈 상무는 충무로에 나도는 이런 매각설에 대해 "소설을 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일축했다. 쇼박스의 영화사업을 총괄하는 유정훈 상무는 해외 출장 중인 김우택 대표를 대신해 인터뷰에 응했다.

유 상무는 "쇼박스의 내년 라인업이 현재는 적어 보이는 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느긋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 상무는 2008년 쇼박스의 투자 규모를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600억원 정도로 예측했다.

유 상무는 "올해 전반적으로 영화 시장이 어려웠지만 쇼박스가 내년에 축소 지향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계에는 쇼박스에 대한 별의별 매각설이 떠돈다.

▶아마도 메가박스를 호주계 금융사 맥쿼리에 매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맥쿼리에서 경영에 관여하기 위해 들어온 사람도 없고, 그 회사도 '먹튀'나 하는 회사는 아니다. 맥쿼리가 메가박스를 인수한 뒤 다시 다른 회사에 곧바로 매각하고 그 배경에는 어떤 회사가 있다는 둥 그럴 듯한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CJ엔터테인먼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년 라인업이 적은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님은 먼 곳에'를 비롯해 'G.P.506', '가루지기' 등에 관한 투자가 확정됐으며, 곧 확정될 작품이 3편 가량 더 있다. 그 밖에 계열사인 '모션 101'이 제작하는 2편의 영화도 긍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적어 보이지만 라인업에 대한 걱정은 솔직히 없다.

-쇼박스가 지난 4월 20세기폭스 코리아와 한국영화 공동투자, 배급, 관련 판권 보유 및 행사 등에 관한 의향서를 체결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한 관심이 많다. 최근 폭스의 자회사인 폭스 아토믹이 서울에서 영화를 촬영하는데 쇼박스와 함께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 하지만 문은 항상 열려있기 때문에 제의가 온다면 논의할 의향이 있다.

-올해 한국영화 산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쇼박스도 적자가 예상되는데.

▶위기를 겪으면서 하나의 원칙을 확실히 세웠다. 잘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충실히 하자는 것이다. 쇼박스는 선택과 집중에 강하다는 강점이 있다. '디 워'가 끝나고 나서 다른 곳에서 했으면 이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배급의 논리에 치중하지 않고 영화를 잘 매니지먼트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할 생각이다. 시나리오 개발 단계부터 캐스팅과 마케팅까지 함께 고민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제작사와 프리 프러덕션 단계에서부터 일찍 만날 계획이다. 승률도 내년에는 많이 오를 것이다. 80만명이 들어도 이익이 남는 작은 영화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할 것이다. 영화계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전반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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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rainkim23@>


-영화계에서는 메이저 배급사가 갈수록 리스크를 떠안지 않으려 한다는 불만도 있다.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리스크를 함께 안고 가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기획 단계부터 함께 고민하면서 리스크를 줄이는 작업을 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선택과 집중에 매진할 계획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경우도 선택의 단계에서 번복했다고 보면 된다.

-한국영화 시장이 위축되면서 메이저 배급사가 외화 수입 비중을 높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외화 수입 비중은 예전과 차이는 없을 것이다. '적벽' 같은 합작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은 높다.

-내년에는 이동통신사들이 영화 배급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데.

▶크게 보면 위축될 수 있는 영화 산업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본업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쟁적으로 작품을 '픽업'하게 된다면 거품이 꺼질 수가 없게 된다. 겨울이 아주 추워야 봄이 더 따뜻할 텐데, 추운 겨울이 미처 가기도 전에 훈풍이 불어버리는 격이 되면 안될 것이다.

극장에서 케이블채널, DVD로 이어지는 '홀드백'에 대한 준수는 이통사가 배급에 뛰어들어도 크게 패러다임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IPTV 등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DVD를 보는 사람은 DVD를 본다. 휴대전화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해도 홀드백을 뒤흔들 만큼 패러다임이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내년 영화시장을 전망하자면.

▶나쁘지 않다. 올해 초만 해도 50여편 정도밖에 제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70편이 제작되는 듯 싶더니 80편 가량 제작될 것 같다. 파이는 계속 커질 것이다. 다만 한국영화가 빈 자리를 외화가 채우고 다시 한국영화가 채우는 수순이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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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rainkim23@>


-스타마케팅에 대한 비관적이 시선이 존재하는데.

▶스타마케팅은 마케팅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스타는 기본적으로 연기와 캐릭터가 뛰어나기 때문에 스타라 불리지 않나. 영화산업에 본질적으로 스타마케팅은 따라다닌다. 다만 스타에만 기대어 노력이 부족하거나 소홀했을 뿐이다.

-창고에 자고 있는 영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특별시 사람들'은 내년으로 미뤄졌는데.

▶기존에 자금이 많이 투입된 영화를 작게 배급할 수는 없다. 다만 시기적으로 조율할 뿐이다. '특별시 사람들'과 '묘도야화' 등은 내년 상반기에 관객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디 워'를 통해 할리우드에 대규모 배급하는 경험을 공유했다. 해외시장, 특히 미국이나 일본에 직배를 할 생각은 없나.

▶할리우드 시장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직배는 아직까지는 계획이 없다. 다만 '디 워'를 통해 상당히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 수익을 내고 그렇지 않고를 떠나 금전적인 이익 이상의 노하우를 쌓았다. 한국에서 할리우드에 그렇게 대규모로 배급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여지껏 없었다고 자부한다. 그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민 중이다.

by 100명 2007. 12. 20.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