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로 인생역전? 기대가 너무 크시군요”

기사입력 2008-07-09 03:45 |최종수정2008-07-09 03:49


[동아일보]

■ 직장인들 기대치 현실과 괴리

졸업뒤 연봉상승폭 36% “5000만원대 예상”…

전문가는 “2500만원”

투자비용 회수기간 49% “5년이면 충분할것”…

전문가 “10년은 걸려”

D그룹에 입사한 지 5년째 된 이모(31) 씨는 최근 ‘전문직’ 타이틀을 따기 위해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45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있는 이 씨는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로스쿨을 졸업해서 변호사가 되면 연봉이 2배 정도 뛰지 않겠느냐”며 “변호사와 억대 연봉자란 ‘간판’을 따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내년 3월 로스쿨 개원을 앞두고 20, 30대 직장인 상당수가 로스쿨 진학을 위해 주판알을 튀기며 고민한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기대하는 ‘몸값 상승’ 수준과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수준에는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비용 회수기간 기대치 큰 격차

동아일보가 최근 취업전문 업체인 잡코리아를 통해 직장인 6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이가 로스쿨 졸업 뒤 5년이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세 명 중 한 명은 로스쿨에 진학하면 연봉이 현재보다 5000만 원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잡코리아가 국내 100대 기업 5년차 평균 연봉을 받는 직장인이 로스쿨에 진학할 때 쓰는 학비와 기회비용을 연봉 상승 금액과 비교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는 이와 거리가 멀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100대 대기업 5년차 평균 연봉(46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 로스쿨에 진학할 경우 졸업할 때까지 3년간의 기회비용은 1억5226만 원(연간 연봉 인상률 5% 반영)이다. 여기에 로스쿨 학비 4314만 원(25개 예비인가 대학 연간등록금 평균 1438만 원의 3년 치)을 합치면 총투자비용은 1억9540만 원이다.

로스쿨을 졸업한 뒤 주요 로펌이나 대기업 법무팀에 진출할 경우 초임 연봉은 7100만 원 정도로 매년 5%의 연봉 인상이 이루어질 경우 총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는 10년이 걸린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연봉도 현재보다 2500만 원 정도만 올랐다.

황선길 잡코리아 컨설팅사업본부장은 “중소형 로펌, 개인 변호사사무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기업의 법무팀에 진출하면 연봉 인상 폭과 투자비용 회수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절반, ‘로스쿨 진학 관심 있다’

조사 결과 직장인들의 로스쿨에 대한 관심도는 매우 높게 나왔다.

응답자의 50.9%가 로스쿨 진학에 관심이 ‘매우 높다’(23.1%)와 ‘높다’(27.8%)라고 답했다. 반면 ‘관심 없다’는 답은 3.6%에 그쳤다.

로스쿨을 인가받은 대학과 학교별 정원에 대해서도 ‘매우 잘 알고 있다’와 ‘잘 알고 있다’는 답변이 합쳐서 46.5%였다.

현재 재직 중인 직장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입학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18.5%가 ‘당장 그만두고 갈 수 있다’, 38.2%는 ‘당장은 없으나 로스쿨 졸업생들의 행보를 본 뒤 고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황 본부장은 “로스쿨에 관심을 가지는 직장인이 많다는 게 증명됐다. 하지만 대부분은 지나치게 ‘로스쿨 효과’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 같아 향후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by 100명 2008. 7. 9.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