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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은 극장가, 슬리퍼 히트작들(?)
관객 감소로 꽁꽁 얼어붙은 국내 극장가에 ‘슬리퍼 히트작’들이 그나마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슬리퍼 히트’(Sleeper Hit)란 제작과 개봉 단계에서 별 주목을 받지 못한 영화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어거스트 러쉬’는 ‘슬리퍼 히트작’의 대표적인 예. 별다른 홍보와 마케팅이 없이도 개봉일인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전국에서 100만명에 가까운 관객들을 끌어모았다. CJ엔터테인먼트(이하 CJ)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브러더스와 공동 제작 형식으로 제작비의 일부를 대고 국내 배급권을 가져와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한 소년이 타고난 음악적 재질로 어렸을 적 헤어진 부모와 상봉한다는 내용의 최루성 음악 드라마. CJ 측은 11일 “관객들의 호감을 이끌어낼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지만 이 정도로 (흥행에) 성공할 줄은 솔직히 몰랐다”며 “150만달러(14억원)의 투자 금액은 국내 개봉을 통해 이미 회수했다”고 밝혔다.
아일랜드 음악영화 ‘원스’의 조용한 흥행 돌풍도 ‘슬리퍼 히트’에 포함된다. 무명 뮤지션들의 사랑과 애환을 다룬 ‘원스’는 지난 9월에 개봉돼 20여만명의 관객들을 동원했다. 상영 첫주 10개 상영관으로 시작해 20개로 늘어나긴 했지만. 다른 영화들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는 전국 스크린수를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 이밖에 프랑스의 전설적인 여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린 ‘라 비앙 로즈’ 역시 꾸준하게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모두 음악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유려한 선율의 음악과 노래로 젊은 여성 관객들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여성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은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입소문. 즉 ‘구전 마케팅’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 홍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슬리퍼 히트작’의 출현은 작품의 고유한 개성과 더불어 입소문의 힘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며 “기존의 홍보 경로를 불신하는 관객들의 자발적인 영화 선택이 늘어나고 있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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